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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6월 10일 18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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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노 대통령이 분양 원가 공개를 놓고 당과 대립해 온 건설교통부의 손을 들어준 것을 계기로 실현 가능성을 놓고 논란을 빚었던 집권 여당의 일부 총선 공약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정책 당-청 채널, 가동되고 있나=당 관계자들은 10일 노 대통령의 분양 원가 공개 반대 발언을 전해 듣고 “우리가 여당 맞느냐”고 아연실색하면서도 ‘예고된 사고’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동안 당 안팎에서는 당-청간 정무 라인이 폐쇄된 직후 정책을 놓고 서로 별다른 교감이 없었던 점을 문제로 지적해 왔다. 실제 최근 들어 당-정-청이 참여하는 고위당정협의가 한번도 가동되지 않았다. 또 간헐적으로 열린 당-청 협의도 각종 선거와 맞물려 정치적인 논의에 치중했을 뿐 총선 공약 등 정책분야에 대해서는 별다른 논의가 진행되지 않았다.
▽총선 공약 재검토되나=노 대통령의 이번 입장 표명은 향후 당-정간에 갈등을 빚는 정책사안 처리의 ‘판례’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측이 면밀한 분석과 논리를 갖고 열린우리당의 정책에 반대할 경우 당도 무리하게 추진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기획예산처가 4월 30일 당정협의에서 “17대 국회에서만 최소 34조7000만원의 별도 예산이 필요하다”며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한 일부 총선 공약이 우선 재검토 대상으로 꼽힌다.
당시 기획예산처 일각에서는 열린우리당 공약 중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4.9%인 교육재정의 6%대 확대 △만 5세 아동 무상교육 전면 실시 △공공 노인요양제 도입 △여성근로자 산전후 휴가 급여 90일분 전액 사회부담 등을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교육 재정 확대의 경우 당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교부율 인상(현재 내국세의 13%) 등을 통해 2008년까지 3조5820여억원을 확보하면 GDP의 6%가 된다고 봤다. 하지만 기획예산처는 2008년까지 21조원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밝혔다.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류상영 교수는 “열린우리당은 복지제도 개혁과 예산확대에는 찬성하면서도 보험료 인상과 수급액 축소에는 반대하고 있는데 이는 우리의 재정 형편상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당의 ‘개혁 강박증’=분양원가 공개를 둘러싼 당내 혼선은 ‘개혁 강박증’이 만들어낸 해프닝이라는 게 대체적인 지적이다. 아파트 분양원가에 대한 전면적인 공개에 대해 정부가 일관되게 반대 입장을 견지해 왔는데도 열린우리당이 선거 과정에서 ‘개혁적’이라는 이유만으로 공약으로 내건 것 자체가 화근이었다는 설명이다.
건교부가 1일 당정협의에서 내놓은 25.7평 이하 주공아파트에 대한 ‘원가 연동제’는 사실상 분양원가가 공개되는 효과가 있고, 아파트 가격 결정에 정부가 인위적으로 개입하는 강력한 조치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그러나 이런 정책 효과에 대한 이해 없이 분양원가 공개에 찬성하면 ‘개혁적’이고, 반대하면 ‘반개혁적’이라는 기류가 형성되면서 정책의 실효성과 실현 가능성은 뒷전으로 밀렸다. 결국 분양원가 공개냐 아니냐는 이분법적 논리만 남았고 당 지도부가 선택할 수 있는 폭을 스스로 좁힌 결과를 초래했다.
이 훈기자 dreamland@donga.com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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