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4년 6월 6일 18시 31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물론 이번 재·보선은 전국 규모가 아니고 투표율도 28.5%로 저조했다. 하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여당 간판을 단 후보는 왜 거의 전멸하는 참담한 결과가 나왔는지 뼈아프게 되돌아봐야 한다. 여당 일각에서 ‘투표율이 낮아 의미 없다’는 식의 발언이 나오는데, 그 같은 안이한 현실인식이 놀라울 정도다.
국민이 4·15 총선에서 여당을 과반의석의 원내 제1당으로 만들어준 것은 책임감을 갖고 국정을 이끌어가라는 뜻이었다. 그러나 이후 노무현 대통령과 정부 여당은 뭐 하나 제대로 보여준 것이 없다. ‘민생’이니, ‘개혁’이니 소리만 요란했지 개혁의 우선순위는 무엇이고, 국정의 비전은 무엇인지 제대로 제시하지 못했다. 오히려 서투른 일처리로 국정 혼선을 초래하고 국민을 피곤하게 했다.
노 대통령은 ‘선(善)한 진보, 악(惡)한 보수’ 발언에서 보듯 여전히 ‘편 가르기’식 이분법적 의식으로 탄핵 기각 직후 대(對)국민 담화에서 약속한 ‘화합과 상생(相生)의 정치’를 무색하게 했다. ‘김혁규 총리 지명론’을 둘러싼 당과 청와대, 여야간 갈등 또한 상생과 민생 우선 정치와는 거리가 멀어보였다.
헌법 취지와 달리 무리한 개각을 하려다 총리가 사퇴했고, 이 바람에 총리대행 체제에다 3개 부처는 개각이 예고되고도 새 장관이 부임하지 못하는 기묘한 상황이 연출되었다. 여당은 집권당으로서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이기는커녕 당내 리더십이 실종된 채 자리다툼이나 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최근에는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등 경제정책을 놓고 당정(黨政)간은 물론 당 지도부간 서로 다른 주장을 하는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다.
재·보선 과정에서의 ‘영남 올인’도 문제다. 여권은 지역주의 극복이라는 명분 아래 ‘영남인사 중용(重用)’ ‘영남발전특별위원회’ 구성 등을 내세웠지만 이것이 오히려 상대 정당이나 다른 지역의 지역주의를 부추기는 역작용을 했다. 예컨대 호남지역에선 선거기간 내내 ‘영남 발전론’이 가장 큰 선거 이슈였다고 하지 않는가.
여권은 이런 일들이 결국 국정의 불안정성을 높이고, 집권세력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빠른 속도로 떨어뜨린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또 총선 후 다수의 힘만 믿고 오만함에 빠지지 않았는지도 냉정하게 살펴봐야 한다.
여권은 등 돌린 민심을 제대로 읽어야 한다. 그러자면 선거 참패의 원인을 깊이 새겨 국정 운영과 당 체질을 전면 쇄신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그래서 이제라도 국정 안정과 민생안정, 경제 살리기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민심은 개혁의 구호보다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한 구체적 실천을 원하고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