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집권2기 큰그림 윤곽

  • 입력 2004년 5월 26일 17시 27분


14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대통령직에 복귀한 이후 10여일이 지나면서 집권 2기를 이끌어갈 '큰 그림'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노 대통령은 여권내 차기 대권주자들의 동시 입각과 김혁규(金爀珪) 전 경남지사의 총리 기용 카드를 통해 차기 대권까지 염두에 둔 전략적 포석에 나섰다. 또한 시장개혁을 비롯한 사회 전 분야의 개혁을 향후 3년 간에 걸쳐 단계적으로 추진해 가겠다는 뜻을 분명하게 나타냈다.

▽차기 대권주자는 직접 관리 = 노 대통령이 열린우리당의 정동영(鄭東泳) 전 의장과 김근태(金槿泰) 전 원내대표를 동시 입각시키고 김혁규 전 지사를 총리로 기용하겠다는 데에는 2007년 12월로 예정된 17대 대통령선거까지 고려한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동시 입각 카드는 지금까지는 차기 주자 간의 과열 경쟁을 사전에 막아 조기 레임덕 현상을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돼 왔다.

그러나 여권의 한 관계자는 "동시 입각이나 김 전 지사 총리 기용 카드는 차기 대선에서 여권내 후보군 전체의 경쟁력을 높이려는 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처럼 정동영 전 의장이 독주하는 구도로는 차기 대선에서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는 게 노 대통령의 속내라는 것. 따라서 대권 도전 경쟁력이 있을만한 여권 인사들을 직접 발굴하고 행정 경험 등을 갖추게 하는 동시에 이들 간의 상호 경쟁 구도를 만들어내겠다는 얘기다.

노 대통령의 그런 의도는 당장 정 전 의장과 김 전 대표, 김 전 지사 등을 여권내 유력한 차기 주자군으로 부상시킨 데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또한 '김혁규 총리' 카드는 17대 대선의 전초전이 될 2006년 6월 지방선거를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30%대의 득표율을 올려 가능성을 확인한 부산 경남지역에서 2006년 선거에서는 보다 확고한 승리를 이끌어내 17대 대선의 승기를 잡겠다는 중장기적 목표 아래 김혁규 총리 카드를 집어들었다는 것이다.

▽정부혁신과 부패청산 가속화 = 노 대통령은 복귀 직후 과학기술부 개편을 확정지은데 이어 금융감독기구와 외교통상부 조직에 대한 대수술에 나설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공직사회 전반의 서열주의 풍토를 바꾸기 위한 정부혁신 드라이브를 예고하고 있다.

2002년 대선 공약이었지만, 정부 출범 직후 검찰과의 기능 중복을 이유로 추진하지 않았던 '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를 다시 들고 나온 것도 의미있는 대목이다. 공직사회는 물론 사회 각 분야의 대대적인 부패 청산 작업을 통해 관료조직의 변화를 꾀하는 동시에 사회 전반의 특권적 문화를 바꿔놓겠다는 게 노 대통령의 속내인 듯하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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