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자 관리用 개각 파행…高총리 “각료 제청 못한다”

  • 입력 2004년 5월 24일 18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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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건 총리가 장고 끝에 노무현 대통령의 요청을 거부하는 결정을 내렸다. 고 총리는 24일 노 대통령의 거듭된 장관 제청권 행사 요청을 고사한 데 이어 김우식 대통령비서실장을 통해 사표를 제출했다.-안철민기자
고건 총리가 장고 끝에 노무현 대통령의 요청을 거부하는 결정을 내렸다. 고 총리는 24일 노 대통령의 거듭된 장관 제청권 행사 요청을 고사한 데 이어 김우식 대통령비서실장을 통해 사표를 제출했다.-안철민기자
고건(高建) 국무총리가 24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장관 임명 제청권 행사 요청을 거부하고 사표를 제출했다.

이에 따라 이번 주 중 단행될 예정이던 통일 보건복지 문화관광부 등 3개 부처 개각이 일단 무산됐으며, 집권 2기 진용 구축을 위한 내각 개편은 새 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 및 임명동의안 표결을 거친 뒤인 다음 달 하순경으로 미뤄지게 됐다.

고 총리는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김우식(金雨植) 대통령비서실장을 만나 “대통령직 복귀 이후 첫 개각을 물러나는 총리가 제청하는 것은 대통령에게 누가 될 것 같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거듭 죄송하다”고 말했다고 윤태영(尹太瀛)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고 총리는 이 자리에서 김 실장을 통해 노 대통령에게 사표를 제출했으며 조만간 수리될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통령은 이르면 이번 주 안에 새 총리후보자를 지명할 것으로 보인다. 고 총리의 사표가 수리된 뒤 새 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임명동의안이 통과될 때까지는 이헌재(李憲宰)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이 총리 직무를 대행한다.

고 총리는 사표제출 직후 담화문을 내고 “참여정부의 첫 번째 총리로서 그 역할과 임무를 마쳤다”며 “그동안 안정적인 국정운영과 공정한 총선 관리라는 소임을 마칠 수 있도록 도와주신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번 개각 논란 과정에서 노 대통령은 별다른 사유 없이 여권의 차기 대선주자 관리 차원에서 장관 교체를 추진하는 등 현 정부가 업적 중의 하나로 꼽아온 공직 인사시스템을 파행 운영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찬용(鄭燦龍) 대통령인사수석비서관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고 총리가 제청권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국회 청문회를 거친 새 총리가 제청할 수밖에 없어 개각 시기가 한달쯤 뒤로 늦춰질 것”이라며 “그 경우 개각 대상은 3개 부처로 못박을 수 없다”고 밝혀 개각 폭이 확대될 것임을 시사했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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