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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5월 20일 19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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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총리는 14일 저녁 노무현 대통령과 만찬을 하면서 사의를 표명했고, 노 대통령도 이를 수용한 상황이다. 그러나 이달 말경 개각을 하게 되면 차기 총리가 아닌 고 총리가 새 장관을 제청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평소 책임총리제를 강조해 온 노 대통령이 떠나는 총리에게 장관 제청권을 행사토록 하는 것은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편법을 동원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더욱이 헌법재판소가 14일 탄핵 기각 결정을 내리면서 ‘대통령의 각별한 헌법 준수 노력’을 지적했던 점은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고 총리가 노 대통령의 제청권 행사 요청을 선뜻 받아들일지도 미지수다. 고 총리는 최근 지인들에게 “조속한 국정 안정을 위해 노 대통령이 제청권 행사를 요청하더라도 ‘새 장관들의 제청은 새 총리가 할 몫’이라고 건의하겠다”며 제청권을 행사하지 않을 뜻을 밝혔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권 내에서는 당면한 국정 현안을 풀어가기 위해선 하루라도 빨리 집권 2기 내각을 출범시켜야 한다는 ‘조기 개각’ 쪽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노 대통령도 20일 오후 정찬용(鄭燦龍) 대통령인사수석비서관에게 개각 인선작업에 착수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의 한 핵심 관계자는 “노 대통령이 복귀한 이후 주한미군의 이라크 차출과 경제회복 문제 등 굵직한 현안들이 산적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청와대 쪽의 시각”이라며 조기 개각의 불가피성을 설명했다.
더욱이 열린우리당 정동영 전 의장과 김근태(金槿泰) 전 원내대표 등 당내 인사들간에 ‘자리다툼’ 양상까지 나타나고 있어 어수선한 분위기를 일소할 필요가 있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설명했다.
차기 총리로 지명될 것으로 보이는 김혁규 전 경남지사에 대한 한나라당의 반발 강도가 세지면서 국회에서의 총리 임명 동의가 지연될지 모른다는 예상도 조기 개각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한편 정 전 의장이 문화관광부 장관을, 김 전 대표가 통일부 장관을 맡는다는 당초의 개각 구도도 흔들리는 분위기다. 정 전 의장 쪽에서 반발 기류가 일면서 정 전 의장이 통일부 장관으로, 김 전 대표가 행정자치부 장관으로 갈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에 따라 열린우리당 정동채(鄭東采) 의원이 문화관광부 장관으로 거론되고 있다.
국방부 장관의 경우는 ‘문민(文民)의 군 통제’ 원칙에 따라 민간인이 기용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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