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담화]“공정한 재판에 감사”…‘헌재 경고’엔 침묵

  • 입력 2004년 5월 16일 18시 53분


노무현 대통령은 15일 대국민 담화에서 ‘탄핵 기각’ 결정을 내린 헌법재판소에 감사를 표한 뒤 “냉정하고 공정한 재판 진행과 마무리에 대해 국민 모두는 높은 신뢰를 보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헌재가 지적한 ‘선거법 및 헌법 수호 의무 위반’과 “‘법치와 준법의 상징’으로서 헌법과 법률을 준수해 달라”는 ‘경고 메시지’에 대해선 어떤 언급도 없었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대통령의 권한과 정치적 권위는 헌법에 의해 부여받은 것이며 헌법을 경시하는 대통령은 스스로 자신의 권한과 권위를 부정하고 파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이 부분에 대한 노 대통령의 ‘무응답’이 ‘헌재의 그런 지적을 법률적으론 수용하지만 심정적으로는 승복하기 어렵다’는 의사의 다른 표현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실제 노 대통령은 14일 헌재 결정 이후 ‘자신의 헌법과 법률 위반 지적’에 대해선 일절 언급이 없었다고 청와대의 한 핵심관계자가 전했다. 이렇게 보면 담화문에서의 ‘침묵’이 노 대통령의 심정과 맥이 닿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설득력을 가질 만하다.

이와 관련해 노 대통령 변호인단 내에서도 “헌재가 판시한 ‘선거 중립 의무 위반과 헌법 수호 의무 위반’에 대해서도 진심으로 사죄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좋겠다”는 의견이 제시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명지대 허영(許營) 초빙교수는 “대통령도 인간이기 때문에 헌재 결정에 대해 심정적으로는 섭섭하거나 납득하지 못할 수 있다”며 “그러나 설령 그런 감정이 있더라도 앞으로 국정을 수행하는 데 있어서는 헌재의 지적과 충고를 명심하고 실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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