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그게 이렇군요]열린우리당 親盧그룹의 겉과 속

열린우리당은 ‘친노(親盧) 정당’이다. 하지만 같은 친노라도 색깔과 개념이 다르다. 지향점에도 차이가 있다. 게다가 싸우기까지 한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의사소통을 계속하고 있음에도 그들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제각각이다. 그 까닭이 노 대통령의 의도적 ‘분할통치’나 ‘노심(盧心)’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있기 때문인지, 아니면 노 대통령이 각 그룹에 끌려다니고 있는지 조차 분명하지 않다.

▽친노의 뿌리=당내에는 세 가지 부류의 친노그룹이 존재한다. 하나는 정동영(鄭東泳) 천정배(千正培) 신기남(辛基南) 정세균(丁世均) 이강래(李康來)를 중심으로 한 ‘친노 우파(右派)’다. 그 반대편에 김원웅(金元雄) 유시민(柳時敏) 중심의 ‘친노 좌파(左派)’가 있다. 여기에서 좌우(左右)는 전통적 좌우개념이 아니라 노 대통령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양측의 가운데 문희상(文喜相) 유인태(柳寅泰) 염동연(廉東淵) 이광재(李光宰) 서갑원(徐甲源) 등 청와대와 과거 노무현 캠프에서 활동했던 ‘친노 직계’가 포진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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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노 우파’는 현 당권파다. 색깔의 짙고 옅음은 있지만 ‘실용주의적 안정노선’을 추구한다. 이들은 과거 민주당 내 쇄신파인 ‘바른정치모임’ 멤버들이었고 열린우리당 창당 과정에서 입당한 영입파를 통해 세를 불렸다. 지역적으로는 호남이 많다.

‘친노 좌파’의 뿌리는 기존 정당이 아니다. 개혁당과 신당연대 출신으로 2002년 대선 과정에서 ‘노사모’ 등 비정치권 출신들의 자발적 결사체로 출발했다. 당권파에 대해 “구 민주당 노선에 입각하고 있다”며 ‘노무현이 아닌 DJ의 자식들’이라는 경계심을 늦추지 않는다. 영남 소장파가 핵을 이루고 있다.

친노 직계그룹은 청와대 출신과 참여정부 각료, 노 대통령과 오랫동안 동고동락해 온 캠프 내 핵심들이다. 이들은 당권파들에 힘을 실어주면서 당내 중심세력으로의 부상을 준비하고 있다.

▽지향점의 차이=‘노 대통령의 성공’이라는 전제에는 모두 동의한다. 하지만 궁극적인 목표에서 확연한 차이가 있다. 우파는 대중주의 현실주의 성향이 강하다. 정당과 정치인 출신들이 핵심이기 때문에 여론에 민감하며 개혁은 단계론적 접근을 선호한다. 노 대통령 이후 차기에 대한 목적의식도 뚜렷하다. 정 의장은 당초 ‘노무현 사람’이 아니었다. 그가 노 대통령과 함께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참여했다는 사실은 직계그룹에 각인돼 있다.

좌파는 ‘개혁 우선주의자’들이다. 우파에 비해 이상주의 성향이 강하고 존재의 이유도 정권 재창출보다는 개혁에 무게를 둔다. 좌파그룹이 우파를 향해 지분을 요구하고 당의 우경화에 제동을 걸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 18대 대선을 염두에 둔 우파의 독자세력화에 견제구를 끊임없이 던질 것으로 보인다.

직계그룹은 ‘노무현 우선’이다. 노 대통령이 성공해야 개혁도 성공한다는 것이 그들의 모토다. 좌파와 우파를 압박, 견제하면서 노 대통령의 국정운영 프로그램이 당에 연착륙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다잡는 역할을 모색하고 있다.

▽노 대통령의 생각은?=세 그룹 모두 노 대통령에게는 필요하다. 이들은 노 대통령이 갖고 있는 ‘현실 정치인’과 ‘이상주의자’의 양면성을 대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은 이들 세 그룹과 끊임없이 교감을 나누고 있다. 그러면서 각 세력에 그에 맞는 역할을 부여하고 있다. 우파에는 당의 운영을 맡기고 있다. 실용주의 노선을 추인하는 듯한 노 대통령의 모습이 이를 보여준다.

직계그룹에는 당 운영의 ‘중심 추’ 역할을 부여했다. 염동연 당선자가 당의 중심세력 배양을 위해 모임을 꾸리고 있다. 또 문희상 대통령정치특보가 청와대와 당을 연결하는 가교(架橋)역을 수행한다. 이들이 당권파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것도 노심의 반영이다.

좌파에는 당의 보수화에 대한 견제장치 역할을 맡긴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당권파의 눈총에도 여전히 독자세력화를 모색하고 있다.

친노그룹이 각기 다른 목소리를 낸다고 해서 노 대통령의 지도력이 훼손된다고 섣불리 단정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힘의 분할과 견제라는 노 대통령 용인술의 한 단면으로 보는 것이 맞는 듯하다.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

이훈기자 dreamlan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