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짜 상임위 잡아라” 자리싸움 벌써 후끈

  • 입력 2004년 5월 5일 18시 52분


개원을 한 달 앞둔 17대 국회 상임위원회 배정을 두고 각 당 당선자들의 물밑 경쟁이 뜨겁다. 열린우리당은 11일, 한나라당도 조만간 상임위 배정을 주도할 새 원내대표 선출을 앞두고 있어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질 조짐이다. 원내대표실에는 초선 당선자들을 중심으로 각종 문의가 쇄도하고 있고, 비슷한 성향의 당선자들은 그룹별로 상임위의 장단점을 따지는 ‘실사’까지 벌이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최근 152명의 당선자들을, 본인 희망을 고려해 당내 ‘일하는 국회 준비위’의 5개 분과에 배정했다. 희망 상임위 분포를 가늠할 척도인 셈이다. ‘경제·노동’(재정경제 건설교통 산업자원 환경노동 등 46명)이 가장 많았고, ‘교육·과학·사회·문화’(교육 법제사법 문화관광 과학기술정보통신 등 32명) ‘정치·행정’(행정자치 정무 정보 등 29명) ‘통일·외교·안보’(통일외교통상 국방 등 24명) ‘여성·복지·환경’(여성 보건복지 등 21명)의 순이었다.

원내대표실의 한 관계자는 “전통적 ‘노른자’ 상임위인 재경 건교 등은 여전히 인기가 있지만 개정된 선거법으로 기업에서 후원금을 받을 수 없어 경쟁률이 전 같지는 않을 듯하다”며 “어느 때보다 ‘나는 이 상임위에 가겠다’는 목소리가 높아 실제 배정 과정이 만만치 않아 보인다”고 전했다. 한 비례대표 당선자는 내놓고 “통외통위를 가야겠다”고 말하고, 한 재선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추후 입각에 도전하려면 행자위가 좋지 않겠느냐”는 말을 흘리고 있다.

김부겸(金富謙) 원내부대표는 이날 “각자 전문성을 살리는 것도 좋지만 기업체 사장 또는 관료 출신이라고 재경위에 가겠다고 우기면 전체 균형을 무너뜨릴 수 있다”며 ‘희망사항’을 일축했다.

한나라당도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벌써 재경위 후보로 정의화(鄭義和) 박종근(朴鍾根) 엄호성(嚴虎聲) 이한구(李漢久) 임태희(任太熙) 의원과 유승민(劉承旼) 이종구(李鍾九) 당선자 등이 거론되고 있다. 16대 내내 편파보도 여부를 놓고 문화관광부, 방송사들과 대리전을 치렀던 문광위에도 신청자들이 적잖은 것으로 알려졌다.

초선 의원들이 주로 가는 환노위에는 실전과 이론을 겸비한 민주노동당 당선자들이 포진할 것으로 예상돼 경쟁률이 떨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민노당은 소속 의원이 10명이라 당의 중점 과제와 직결되는 환노 보건복지 교육 통외통 농림해양수산 문광 행자 재경 등 8개 상임위에 우선 배치한다는 방침이다. 환노위에는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의 단병호(段炳浩) 당선자가, 농해수위에는 강기갑(姜基甲) 현애자(玄愛子) 당선자 등이 우선 거론되고 있다.

이훈기자 dreamland@donga.com

이승헌기자 ddr@donga.com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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