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朴 대표회담]유려하게 vs 간결하게

  • 입력 2004년 5월 3일 18시 54분


3일 오전 10시 국회 귀빈식당. 먼저 도착해 있던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이 조금 늦게 도착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를 반갑게 맞았다.

상생의 정치를 강조했던 양당 대표는 만나자마자 서로 안부와 칭찬으로 회담을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라이벌’ 의식 탓인지 서로 한마디도 지지 않고 말꼬리를 이어가며 샅바싸움을 벌였다. 그래서 통상 2∼3분에 그쳤던 언론 공개대화가 10분을 넘기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정 의장은 앵커출신다운 유려한 말솜씨로 분위기를 이끌었고, 박 대표는 특유의 단문화법으로 핵심만 찌르는 날카로움을 보였다.

정 의장이 “내가 읽어본 불교관련 서적에 ‘아수라를 지나지 않고 여래의 땅에 어떻게 도달할 수 있겠느냐’는 구절이 있는데 16대 국회로 아수라 정치를 끝내고 일하는 국회를 만들자”고 하자 박 대표는 “모두 우리하기 나름이다”고 짧게 맞받았다.

취재진을 물리치고 시작한 본격적인 대표회담은 무려 2시간40분 동안 이어졌다. 열린우리당 김영춘(金榮春) 의장비서실장과 한나라당 진영(陳永) 대표비서실장이 회담에 앞서 두 차례 접촉과 수차례 전화통화를 통해 A4용지 4쪽짜리 합의서 초안을 작성해 두었다. 정 의장과 박 대표는 이 초안을 놓고 문구 하나하나를 고쳐가며 신경전을 펼치기도 했다고 참석자가 전했다.

점심식사도 미뤄가며 진행된 대표회담에 대해 양당 대표는 모두 만족하는 듯했다. 회담장을 나서면서 정 의장은 “진지한 토론을 충분히 했다”고 말했고, 박 대표는 “유익했다. 굉장히 (대화가) 진지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양당 비서실장이 초안을 조율하는 과정에서도 합의 문구를 놓고 신경전이 벌어졌다. 대표회담 결과문 제목을 두고 양측은 전날 밤(2일)까지 ‘새로운 정치와 경제발전을 위한 여야대표 ○○’에 합의해 놓고 열린우리당은 ‘협약’으로, 한나라당은 ‘합의’로 할 것을 각각 주장했던 것. 결국 대표회담 결과에 강한 구속력을 부여한다는 차원에서 ‘협약’으로 정리됐다.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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