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동포에 '바깥세상' 알리겠다"

  • 입력 2004년 4월 20일 16시 01분


내일 개국 '자유북한방송' 진행 탈북여성 노유진 정주화씨

여성 탈북자 2명이 북한의 자유화를 위해 설립돼 20일 첫 방송을 내보내는 인터넷 라디오 자유북한방송(www.freenk.net)의 진행을 맡았다. 함경북도 당 선전부의 방송선전 차량에서 10년 동안 방송원으로 일했던 노유진씨(가명·35)와 공장근로자로 일했던 정주화씨(가명·31)가 주인공이다.

노씨는 "익숙한 방송일이어서 아나운서 제의를 반가운 마음으로 수락했다"며 "북녘 동포들게는 '바깥 세상'을 알리고, 탈북자에게는 향수(鄕愁)를 달래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첫 방송 전날인 19일 두 사람은 서울 동대문구의 북한연구소 한 귀퉁이에 마련된 방송실에서 연습에 한창이었다.

전씨는 마이크 앞에서 북한 말씨를 한껏 살려서 "로동신문이 체제의 허수아비인 주제에 남조선의 대통령 탄핵을 두고 이랬니 저랬니하고 훈시하는 것은 삶은 소대가리가 웃다가 꾸러미(되새김질에 쓰이는 위장)가 터질 노릇입네다"라고 말했다. '삶은 …'는 말도 안 되는 일을 가리키는 북한식 표현.

노씨가 했던 선전차 방송원 업무는 출근시간인 오전 8시 전후로 큰 길에서 확성기로 "하루 일과를 충실히 하자"는 내용의 방송하는 것이었다. 2001년 4월 한국에 정착한 노씨는 "고등학교 때부터 방송에 '끼'가 있었고, 목청이나 배의 호흡도 좋은 편이다"고 말했다.

반면 전씨는 한국에서 탈북자 단체인 백두한라회 총무 일을 맡았다가 '숨겨진 방송재능'을 인정받아 아나운서로 영입됐다. 한국에서 3년간 생활한 노씨는 북한식 말투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의 '말 솜씨'를 자랑했다.

그는 "북한식으로 박력 있고 우렁찬 목소리로 사람들을 감동시키면 됐지만, 한국식으로 부드럽게 하려니 좀 어색하다"고 말했다.

자유북한방송은 매일 밤 8시부터 한 시간 동안 생방송되고 나머지 시간에는 녹음된 내용이 재방송된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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