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저하고 싸움 하시자는 거예요?”

  • 입력 2004년 4월 9일 15시 01분


“저하고 싸움 하시자는 거예요?”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발끈했다.

9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 집중’에 출연한 박 대표는 진행자 손석희 아나운서가 한나라당의 경제정책과 관련, 과거 거대여당이었던 신한국당 시절의 일까지 거론하며 공격적인 질문을 계속하자 “저하고 싸움 하시자는 거예요?”라며 불쾌감을 숨기지 못했다.

자제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박 대표의 입에서 튀어나온 말이라고는 믿기 힘든 대답이었다.

게다가 지금은 당 대표의 ‘말 한마디’ 가 총선 판도 자체를 바꿀 수도 있는 미묘한 시기. 그런 까닭에 비록 웃음이 동반되긴 했지만 박 대표의 발언은 아슬아슬한 느낌을 주었다.

인터뷰 초반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의 CF와 관련된 질문과 답변으로 시작된 미묘한 신경전은 손 아나운서가 “‘거야심판’이 ‘거여 견제’보다 먼저다 란 주장에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던지면서 본격적 공방으로 발전했다.

▼관련기사▼
- "그렇게 찔러 물으면 어찌 답하나"

박 대표가‘균형과 견제’의 필요성을 역설하자 손 아나운서는 “한나라당이 다수 의석을 얻어야 경제를 살릴 수 있다는 경제 회생론이 나오고 있다”며 또다른 질문으로 박 대표를 난처하게 만들었다.

박대표가 “여당이 역할을 못하니 야당이라도 나서서 경제 살리기에 앞장서겠다”고 답하자 손 아나운서는 “한나라당이 경제를 잘 이끌 수 있다는 주장의 근거는 어디 있느냐”,“한나라당이 경제를 살릴 수 있다는 대안으로 내놓은 것이 어떤 것이냐”며 잇달아 공세적 질문을 퍼부었다.

이에 대해 박 대표는 “여당이 못한다면 야당이라도 나서서 해야 되지 않겠느냐”,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실천에 주력하겠다” 는 등 원론적인 답변밖에 내놓지 못했다.

거기에 손 아나운서가 “한나라당의 전신인 신한국당이 여당일 때, 거대 여당의 위치에 있을 때 환란이 빚어진 건 어떻게 설명하겠느냐”고 물어본 것이 결정타가 됐다.

박 대표는 “한쪽만의 책임이 아니다”며 당시 야당의 비협조를 짧게 거론한 뒤 “한나라당은 새로운 정당으로 거듭나고 있다”며 질문과는 다소 동떨어진 대답을 했다.

이에 손씨가“과거보다는 미래에 대한 약속을 하시겠다는 말씀이냐”고 묻고 박대표가 “예”라고 답하자 다시 곧바로 “그런데 유권자들의 판단은 과거를 보고 하는 판단일 텐데요?”라며 공세의 고삐를 조였다.

그러자 박 대표는 더 이상 못 참겠다는 듯 “저하고 싸움 하시자는 거예요?”라고 받아쳤다.

방송이 나간 후 손석희의 시선집중 홈페이지에는 손씨의 진행에 대해 “시원하다”는 반응과 “악의적이다”는 반응이 대조를 이루며 팽팽한 공방전이 벌어졌다.

먼저 긍정적인 평가를 한 네티즌들은“박근혜의 가식적인 모습이 나타났다”,“동문서답의 진수”,“대답은 뭉뚱그려 하고 남탓만 하니”등 박 대표의 신통치 않은 답변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반면 “진행자의 정치성향이 나타난 것 같다”, “공격을 위한 질문같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한편 한나라당은 이날 갑자기 박 대표에 대한 언론의 직접 취재를 제한하겠다는 내용의 ‘창구 단일화’ 조치를 발표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한나라당이 밝힌 창구단일화는 방송의 경우 선대위 산하 미디어팀을 통해서만, 통신과 신문, 인터넷 매체 등은 대변인실을 통해서만 박 대표에 대한 취재와 인터뷰 요청이 가능토록 제한한다는 것이다.

전여옥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우리는 참을만큼 참았다”며 “저희의 순수한 의지를 (언론이) 최대한 시험하고 있는데 그 범위를 넘어서지 말아 달라”고 말했다.

전 대변인은 기자들과의 문답 과정에서 “악의적인 보도를 많이 했는데, 이런 보도들이 법률적으로 저촉되고 있다”며 손석희씨가 이날 아침 박 대표에게 한 질문 등을 문제 삼았다.

그는 또 자신이 문재인 전 청와대 수석과 강금실 장관과의 만남을 '불륜남녀'라고 표현한데 대한 언론의 연속적인 보도를 악의적 보도 사례로 제시하기도 했다.

▲손석희 "'인터뷰'란것 자체가 공격적 질문을 포함할수 밖에 없다"

이에대해 손석희 아나운서는 한나라당에서 일부 질문 방식에 대해 인격 모독이고 악의적이라고 비난한데 대해 “‘인터뷰’란 것 자체가 공격적 질문을 포함할 수 밖에 없다”며“인격적 모독 이란 표현에 대해서는 별로 얘기하고 싶지 않다”고 반박했다.

손 아나운서는 이날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한나라당이 박 대표의 시선집중 출연을 계기로 (박 대표의)대언론 창구 단일화 조치를 취한 것을 보고“이렇게 까지 불거진 줄은 몰랐다. 엄청 난리가 났더라”고 말했다.

손 아나운서는 한나라당이 사전 질문과 다른 내용의 질문을 했다며 반발 한 것에 대해 “우리 프로그램은 기본적으로 인터뷰 대상에게 사전질문을 안준다”며 “더욱이 정치인들의 경우 대부분 사전 질문을 주지 않는다. 전무하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손 아나운서는 “(박 대표의 경우) 그쪽에서 요구해서 줬지만 사전질문대로 하지 않는 기존 진행방식대로 했다”며 “청취자들이 궁금해 하는 이슈를 중심으로 질문했다”고 덧붙였다.

손 아나운서는 “(한나라당의 ‘경제 회생론’이) 주요 공약이기 때문에 공격적으로 질문을 했다”며 “박대표가 ‘경제 회생론’에 대해 구체적인 답변을 했다면 인기가 더 많이 올라갔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손 아나운서는 6일 방송된 정동영 의장의 인터뷰도 너무 공격적으로 한것 아니냐는 청취자의 의견이 인터넷 게시판에 올라왔다며 결코 편파적인 질문을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손석희의 시선집중’ 박근혜 대표 인터뷰 전문 보기

▶정치권 불륜공방?…전여옥씨 발언 논란

▶박근혜대표 인터뷰 듣기

박해식 동아닷컴기자 pistol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