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호남물갈이]추미애 ‘칼’ 黨중진 겨눴다

  • 입력 2004년 3월 30일 18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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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추미애 선거대책위원장(왼쪽)이 30일 경기 파주시 도라산역을 방문해 이 곳에 전시된 김대중 대통령 기념물 앞에서 김홍일 의원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서영수기자
민주당 추미애 선거대책위원장(왼쪽)이 30일 경기 파주시 도라산역을 방문해 이 곳에 전시된 김대중 대통령 기념물 앞에서 김홍일 의원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서영수기자
민주당 추미애(秋美愛) 선거대책위원장이 30일 선대위 출범과 함께 ‘개혁 공천’의 칼을 빼어 들었다.

그러나 조순형(趙舜衡) 대표와 칼날에 베인 당사자들이 강력하게 반발함에 따라 당내에 큰 파란이 일고 있다.

추 위원장측이 꺼낸 ‘공천 취소’ 카드는 당초 예상했던 수준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추 위원장이 개혁 공천 의지를 수차례 강조했지만 시간이 워낙 촉박했고 당내에 거센 반발도 예상됐기 때문에 공천 재조정은 ‘상징적 수준’에서 소폭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던 것.

추 위원장은 전날 밤 공직후보 재심특위를 구성해 공천 취소 대상자를 집중 검토했고 이 자리에서 박상천(朴相千) 전 대표까지 포함시켜야 개혁 공천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용태(劉容泰) 원내대표의 경우 한나라당 서청원(徐淸源) 전 대표 석방결의안 가결에 협조하는 등 당의 정체성을 훼손시켜 전통적 지지층의 이반을 초래했고, 박 전 대표도 탄핵의 이론적 근거를 제시했다는 것이다.

동교동계인 김옥두(金玉斗) 최재승(崔在昇) 의원은 호남 물갈이 차원에서 ‘살생부’에 등재됐다는 후문이다.

재심특위는 호남의 K의원, 수도권의 L, A, K의원 등도 도마에 올렸으나 후보 등록이 임박한 상황에서 전선을 너무 확대할 경우 ‘역(逆) 쿠데타’를 당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상자를 4명으로 축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당사자들의 반발은 격렬했다. 유 원내대표의 서울 동작을 지구당원들은 이날 오후 임진각에서 열린 선대위 출범식에서 미리 준비됐던 서울 지역 후보들의 공천장을 통째로 빼앗아가기도 했다.

조 대표와 비상대책위원회측은 비례대표 공천과 관련해서도 추 위원장의 일방적 공천권 행사를 견제하기 위해 선대위측이 가져간 대표 직인에 대한 변경신고서를 선관위에 낸 뒤 새 직인으로 비례대표 후보들에 대한 공천장도 교부키로 했다.

공천 취소 및 후보 교체에 대한 법적 효력 문제도 불거지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지도부의 무조건적인 탄핵 추진을 ‘노무현 대통령의 재발 방지 약속을 전제로 한 조건부 탄핵’으로 돌려놓은 나에게 탄핵 책임을 묻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중앙위원회의 의결 등 법적 절차를 무시한 이번 공천 취소는 무효”라고 주장했다.

추 위원장은 “조 대표와 선대위원장 수락 합의시 미공천 지역 공천 및 재심은 선대위에서 행사하기로 합의했다”고 반박했으나 조 대표측은 전권을 위임한 바 없다고 주장하는 등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선대위가 김 의원과 최 의원 지역구의 경우 다른 후보를 공천키로 해 같은 당에서 후보 2명이 등록하는 진풍경도 예상된다. 또 조 대표가 이날 비대위 구성을 선언함에 따라 선대위와 비대위가 양립하는 ‘한지붕 두가족’ 체제로 총선을 치러야 하는 파행이 빚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에 앞서 민주당은 추 위원장과 손봉숙(孫鳳淑) 여성정치연구소 이사장, 김종인(金鍾仁) 전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을 공동위원장으로 하고, 박준영(朴晙瑩) 전 대통령공보수석비서관을 선거대책본부장으로 하는 선대위 인선을 발표했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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