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전직 총리들의 호소 귀담아들어야

  • 입력 2004년 3월 29일 18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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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총리를 역임한 생존 인사 17명 가운데 비정치권의 전직 총리 13명이 29일 시국 안정을 당부하는 호소문을 발표했다. 전직 총리들이 한자리에 모여 국민 앞에 호소문을 내놓은 것은 헌정 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하니 탄핵사태 이후 우리 사회에 팽배한 위기감이 어느 정도인지 실감하게 된다.

전직 총리들은 “현재의 국가적 상황은 한국의 국가이념인 자유민주주의 체제와 질서를 위협할 수 있는 심각한 비상사태”라고 규정하고, 국민은 성숙된 민주시민의 긍지를 지켜 감정적 행동을 삼가달라고 호소했다. 이들이 무엇보다 강조한 것은 법치주의의 확립이다. 법과 절차를 존중하는 자세로 돌아가 위기의 해법을 찾자는 것이다.

전직 총리들은 탄핵사태 이후 법을 지키지 않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다들 불법을 당연시한다면 총선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된 정치인이 어떻게 국민에게 법 준수를 요구할 수 있겠으며, 헌재의 탄핵 결정이 내려진 뒤 만약 불복하는 사태가 났을 경우 어떻게 그들을 나무랄 수 있겠느냐”고 개탄했다. 공무원이나 교사까지 불법에 가담하는 현 상황에서 적절한 지적이 아닐 수 없다.

총선이 원만하게 치러져야 한다는 것과 헌재의 탄핵 결정이 존중돼야 한다는 전직 총리들의 원칙 제시에도 전적으로 공감한다. 사회원로로서 ‘쓴소리’를 자처한 이들의 충정을 헤아려야 한다.

전직 총리들의 지적대로 이번 사태는 위기상황이지만 지혜롭게 극복할 경우 한국 민주주의를 한 단계 발전시킬 수 있는 역사적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를 위해 모두가 극단의 대립을 피하고, 현 사태를 초래한 대통령과 정치권은 겸허한 자세를 가지며, 공직자는 정치적 중립을 지키라는 이들의 호소에 귀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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