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野 ”말로만 의원직 사퇴 하나” 우리당 “남의 일 간섭마”

  • 입력 2004년 3월 19일 16시 06분


열린우리당 정동영의장이 19일 오전 서울 숭실대학교에서 열린 구국기도회에 참석, 기도하고 있다.[연합]
열린우리당 정동영의장이 19일 오전 서울 숭실대학교에서 열린 구국기도회에 참석, 기도하고 있다.[연합]
열린 우리당이 ‘의원직 총사퇴’ 선언 때문에 난처한 처지가 됐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19일 열린우리당이 탄핵안이 가결된 당일인 12일 의원직 총사퇴를 선언하고도 일주일이 지나도록 실행에 옮기지 않는 것은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주장하며 맹비난을 퍼부었다.

탄핵정국의 와중에서 수세에 몰렸던 야권은 의원직총사퇴를 둘러싼 우리당 내부의 곤혹스런 입장을 공격의 소재로 삼아 전세를 돌리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이에대해 우리당은 “의회 쿠데타를 일으킨 장본인들이 반성하는 모습이 전혀 없다”며 “남의 당 일에 왈가왈부 하지 말라”고 일침을 가하긴 했지만 현실적인 문제때문에 마땅한 대응책을 내놓지 못해 답답해 하는 모습.

열린우리당은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의원직 총 사퇴를 하게 될 경우 50여억원의 국고보조금을 받지 못할뿐더러 총선 후보들의 기호가 통일되지 못하는 등의 문제로 고심중인데 ‘양해’를 구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 전여옥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사표는 그만두면서 바로 내는 게 상식 아니냐. 이랬다저랬다 하는 모습을 국민이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대통령이 ‘못해먹겠다’고 하는 것도 문제지만 국회의원들까지 따라 해서는 안 된다.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배용수 수석부대변인은 “눈물까지 흘리며 큰소리치고도 아직 사퇴를 안 한 것은 총선기호배정에서 3번은 고사하고 6번으로 밀리고, 내달 받게 되는 선거보조금 54억여 원이 아까워서 그런 것 아니냐”며 “의원직을 팽개치겠다고 큰소리치던 기개로 사퇴서를 내든지 아니면 국민 앞에 ‘쇼였다’고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민주당 김영창 부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전국으로 생중계되는 방송을 통해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의원직 사퇴를 공언했지만 현재까지 사퇴서를 국회에 접수조차 하지 않고 있다”며 “탄핵 당시에 보여줬던 의원직 사퇴공언은 국민의 시선을 받고자 했던 대국민 기만극이고 쇼 정치의 결정판”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열린 우리당 이부영의원은 이날 오전 열린 상임중앙위원회의 후 브리핑에서 “탄핵안 가결직후 의회쿠데타에 대항해 절박한 심정으로 의원직사퇴를 결의했지만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60억원 가까운 국고보조금을 받지 못하고, 총선에서 후보들의 기호가 통일되지 못한다는 우려가 발목을 잡고 있음을 솔직히 고백한다”고 밝혔다.

신기남 의원은 “선거를 치르는데는 국고보조금이 중요한데 우리당은 국고보조금 외에 수입이 없다”며 재정적인 고충을 털어놨다.

박영선 대변인도 “우리당이 54억원을 포기하면 한나라당과 민주당으로 가는데 쿠데타 세력에게 이 돈을 건넬 수 없다”고 말했다.박대변인의 발언은 열린 우리당이 후보등록일(4월1일) 이전에 의원직을 총사퇴할 경우 4월3일 우리당에 지급될 예정인 선거보조금 54억4천만원이 한나라당과 민주당 등에 ‘할당’되는 것을 염두해 둔 것.

이부영 의원은 의원직을 총사퇴할 경우 기호문제에서도 애로사항이 많다고 또 다른 고충을 털어놨다.

이 의원은 “지금 이대로 가면 기호가 3번인데 의원직이 없어지면 지역에 따라 3번 또는 4번, 5,6,7,8번이 되면서 전국적으로 통일된 기호를 갖지 못하게 된다”고 말했다.

의원직을 총사퇴할 경우, 우리당은 무소속 정당군에 포함돼 한나라당과 민주당,자민련, 국민통합 21, 자민련에 이어 기호를 배정받을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 일부지역에서 기호가 달라져 지지자들이 투표하는데 혼선을 초래하고 일체감있는 선거운동이 곤란하다는 것이다.

열린 우리당 유은혜 부대변인은 “(야 3당의 개헌 추진 의혹이 있는 상황에서) 야당이 남은 임기 안에 더 이상 임시국회를 열지 않겠다(16대 국회가 마감됐다)고 약속하기 전에 의원직 사퇴서를 내는 것은 위험한 것 아니냐”며 “의원들 간 이견이 있을 수 있는 사안이라 조금 더 논의를 하기로 했다”고 보충 설명했다.

열린 우리당은 조만간 의원총회를 열어 의원직사퇴문제에 대한 최종입장을 정리하기로 했다.

박해식 동아닷컴기자 pistols@donga.com·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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