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외부접촉 끊은채 관저서 칩거

  • 입력 2004년 3월 16일 18시 59분


노무현 대통령은 15일부터 부인 권양숙(權良淑) 여사와 함께 계속 관저에 머무르고 있다.

관저에서 떨어진 청와대 집무실에는 아예 출근조차 하지 않고 있다. 대통령 권한정지를 당한 상태이기 때문에 할 일이 마땅찮은 데다 행여 국정에 간여한다는 오해를 살 수도 있어 운신을 극히 자제하는 모습이었다.

대신 노 대통령은 아침 일찍 청와대 뒷산을 오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해 독서와 보고서 탐독 등으로 소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의 한 핵심 참모는 “대통령은 ‘칼의 노래’와 ‘마거릿 대처’ 등을 읽고 있다”면서 “외부 사람들은 만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김우식(金雨植) 대통령비서실장, 윤태영(尹太瀛) 대변인과는 수시로 만나 상황파악을 위한 보고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참모들이 올리는 각종 현안 자료도 읽으면서 나름대로 국정 구상을 가다듬고 있다는 전언이다.

일부 장관들이 노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청해 놓고 있으나 노 대통령은 아직 장관들을 만나지 않았다고 한다.

이에 앞서 노 대통령은 지난 주말 관저에서 수석비서관 및 보좌관 등 주요 참모들과 비공식 자리를 가졌다. 분위기는 상당히 무거웠다는 게 참모들의 전언이다.

일부 참모들은 이 자리에서 노 대통령에게 “이제 여행도 하시고 좀 쉬십시오”라고 권유했지만, 노 대통령은 “앞으로 열심히 학습을 하겠다”고 말했다는 후문이다. 한 핵심 관계자는 “노 대통령은 신문보도를 꼼꼼히 읽고 방송도 챙겨보고 있다”면서 “짬짬이 인터넷 서핑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편 청와대 비서진들도 대통령의 공식 일정이 없어 맥이 풀린 상태다. 한 비서관은 “대통령 탄핵이라는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내부 회의가 자주 열리는 편”이라고 전했다. 대통령직속인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 등 기구들도 활동 중단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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