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의장 느닷없는 追更발언 속내는…

  • 입력 2004년 3월 15일 18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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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鄭東泳) 열린우리당 의장이 15일 이헌재(李憲宰) 경제부총리와의 면담에서 밝힌 ‘추가경정예산 편성’ 발언이 적잖은 파장을 불러오고 있다.

올해 예산이 집행되기 시작한 지 석 달도 지나지 않은 상태에서 나온 ‘돌출 발언’인 데다 이미 적자를 예상하고 편성한 올해 예산에 추경 예산까지 더하면 ‘재정 건전성’을 위협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제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갑자기 나온 ‘추경’ 발언’=정 의장은 15일 오전 7시반 민생안정대책을 논의한다는 명분으로 이 부총리를 집무실로 찾아갔다.

이 자리에서 이 부총리는 “서민생활안정대책이 총선용으로 몰릴 수 있다는 점에서 그동안 추진하지 않았지만 (탄핵 정국으로) 이제 정치와 경제가 분리된 만큼 추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 의장은 “필요하다면 17대 국회 개원(開院) 이후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적극 지원하겠다”며 ‘추경’ 발언을 꺼냈다.

▽“섣부른 추경 편성은 경제 왜곡시킨다”=성균관대 경제학부 김준영(金峻永) 교수는 “무분별한 추경예산 편성으로 재정 적자가 커지면 한국경제의 버팀목인 재정건전성이 위협을 받는다”며 “외환위기 때 부실기업이나 금융기관 구조조정을 위해 공적자금을 투입한 것도 재정건전성이 뒷받침됐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의장의 발언이 총선을 한 달 앞두고 나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경제부총리 방문이란 형식을 통해 내놓은 ‘선심성 발언’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특히 한국은 1998년부터 계속 적자 재정 상태가 이어지고 있고 가계와 재정 부실에서 오는 ‘내채(內債) 위기’가 여전히 가시지 않았다는 현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서울시립대 세무대학원 임주영(林周瑩) 교수는 “올해 경기가 작년보다 호전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에서 추경을 편성하겠다는 것은 재정 및 경기조절 측면에서 모두 이해하기 어렵다”며 “경제 상황보다는 선거를 의식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파문이 일자 박영선(朴映宣) 열린우리당 선거대책위 대변인은 “정 의장의 발언은 당장 추경 예산을 편성하겠다는 것은 아니고 17대 국회가 본격적으로 활동하는 3·4분기를 염두에 두고 한 발언”이라고 해명했다.

재정경제부도 “정부는 추경을 검토한 바가 없으며 따라서 추경의 시기와 규모에 관해서 정리된 입장이 없다”고 설명했다.

송진흡기자 jinh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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