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黨대표 인터뷰]정동영 “총선 의석보다 민생안정 중요”

  • 입력 2004년 3월 15일 18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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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선거나 정치 일정을 언급할 때가 아니다. 민생 안정에 관심을 쏟을 뿐이다.”

열린우리당 정동영(鄭東泳) 의장은 15일 기자와 만나 “총선 목표 의석이 상향 조정됐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최근 당 지지율의 급등은 탄핵 후폭풍으로 인한 ‘반사 이익’ 성격이 강한 만큼, 이전처럼 민생 행보에 주력해야 지지율 1위를 유지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듯했다.

정 의장이 14일 경제 5단체장을 만난 데 이어 이날 정부과천청사에서 이헌재(李憲宰)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과 만나 경제 안정을 위한 지도자회의 개최를 제안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 의장은 탄핵안 가결 직후 일시 폭락했던 주가가 이날 반등세로 돌아선 것도 현 정부가 구축한 시스템에 따른 결과라고 분석했다. 그는 “탄핵정국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시장에 신뢰를 보낼 정도로 노무현 정부가 다져놓은 시스템과 경제 기초가 튼튼하다”고 덧붙였다.

정 의장은 “정부가 신속한 대처로 국민의 안정심리를 재구축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지만 아직 고건 대통령권한대행과의 관계 설정에는 뚜렷한 방침을 정하지 못한 듯했다.

고 대행 체제가 노 대통령과 차별화되며 빠르게 연착륙할 경우 야권의 ‘탄핵 불가피론’에 결과적 정당성을 제공할 수도 있는 만큼, 여당 대표로서는 관계 설정에 고민스러운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정 의장이 이날 오후 고 대행과의 16일 면담 계획을 돌연 연기한 것도 “(야당이 18일 추진하려는) 고 대행의 국회 시정연설을 막으려 한다”는 야권의 공세를 우려했다는 후문이다.

정 의장은 이날부터 총선 구도를 ‘민주 대 반민주’로 몰고 가며 친노(親盧) 세력의 외연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그는 “4월 총선은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세력과 민주주의를 언제라도 망가뜨릴 수 있는 세력의 대결”이라며 “특히 이제 민주당의 장래는 없으며 한나라당도 한국정치 주도세력의 자리에서 퇴장당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나라당과의 양강 구도로 민주당과 열린우리당 사이에서 고민하는 부동층을 대거 흡수하겠다는 뜻이다.

정 의장은 “야3당 대표 회동 후 나온 합의문에 ‘총선을 예정대로 치르겠다’는 문구가 빠졌다”며 선거법 개정을 통한 총선 일정 연기의혹을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15일 전국 당원들에게 촛불시위에 집단적으로 참가하지 말 것과 촛불시위에 참가할 때는 노란 잠바를 입지 말라고 지시했다. 확고한 친노도 반노도 아닌 부동층을 공략해 대세를 굳혀야 한다는 정 의장의 자신감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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