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823억·盧캠프 114억 불법모금

  • 입력 2004년 3월 8일 1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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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대선 당시 한나라당과 노무현(盧武鉉) 후보 캠프가 기업에서 모금한 불법 대선자금 가운데 각각 823억2000만원과 113억8700만원이 검찰 수사에서 밝혀졌다.

이에 따라 자신의 불법 대선자금이 한나라당의 10분의 1 수준이 넘을 경우 정계에서 은퇴하겠다고 말한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해 거센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불법 대선자금을 수사해온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안대희·安大熙)는 8일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검찰은 노 대통령의 측근인 안희정(安熙正)씨가 2002년 8월과 11월 삼성에서 채권 15억원과 현금 15억원 등 30억원을 받은 사실이 새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안씨는 같은 해 4월부터 11월 사이 롯데에서 6억5000만원을 받았으며, 태광실업에서 5억원, 확인이 안 된 기업 2곳에서 4억5000만원을 받은 사실도 추가로 드러났다고 검찰은 밝혔다.

검찰은 노 캠프의 불법자금의 사용처에 대해 계속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한나라당의 경우 2002년 6월부터 대선 직전까지 삼성에서 채권 300억원과 현금 40억원 등 340억원을 받았으며, 이 가운데 채권 138억원을 지난해 11월초 대선자금 수사가 시작된 직후 김인주(金仁宙) 삼성 구조조정본부 사장에게 반환한 사실도 밝혀냈다.

검찰은 또 이재현(李載賢) 전 한나라당 재정국장이 두산에서 후원금 명목으로 2억원을 받았으며, 출처가 확인되지 않은 곳에서 당비 형식으로 13억원을 모금하는 등 15억원을 불법 모금한 사실도 새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800여억원의 불법 대선자금 가운데 580억여원을 중앙당과 지구당, 시 도지부, 다른 당에서 입당한 의원 등의 지원 및 사조직 관리, 여론조사 등에 사용했으며 대선 이후에 26억원을 사용했다고 검찰은 발표했다.

검찰은 이회창(李會昌 ) 전 한나라당 총재가 대선 직후인 지난해 1월 미국으로 출국할 당시 서정우(徐廷友) 변호사에게서 불법대선 자금에 포함된 3억원을 수표로 제공받은 사실도 드러났다고 말했다. 검찰은 그러나 서 변호사가 이 전 총재에게 수표의 출처를 밝히지 않고 3억원을 건넸다고 진술하고 있어 이 전 총재가 이 돈이 불법자금인 지 몰랐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이 전 총재와 노무현 후보가 불법 대선자금 모금에 직접 관여한 구체적 증거는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검찰은 또 한나라당 김영일(金榮馹) 의원이 삼성에서 받은 채권 300억원 중 10억원 어치를 보관하고 있다가 지난해 12월 현금화한 사실도 밝혀냈다. 김 의원은 "총선을 위해 채권을 갖고 있었다"고 진술하고 있다고 검찰은 말했다.

검찰은 서정우 변호사와 이재현 전 재정국장이 각각 8억원(이 전 총재에게 준 3억 포함)과 6억원을 유용한 사실도 드러났다고 말했다.

검찰은 서해종건에서 불법 대선자금을 수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열린우리당 김원기(金元基) 상임고문에 대해서는 범죄 혐의가 입증되지 않아 무혐의 결정했며, 부산지역 기업을 상대로 모금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는 한나라당 김진재(金鎭載) 의원은 불입건 조치했다.

검찰은 불법자금을 수수한 것으로 드러난 박병윤(朴炳潤) 이호웅(李浩雄) 신계륜(申溪輪)의원도 불구속 기소할 방침이다.

검찰은 삼성과 현대자동차, 동부, 부영 등 4개 기업에 대해서는 아직 수사가 끝나지 않아 계속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그러나 이번 수사의 본질이 정치권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에 대한 것이라는 사실과 어려운 경제 상황 등을 고려해 불법자금 제공 기업에 대해서는 가능한 한 불구속 수사를 하거나 기소 범위를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또 검찰 수사가 정쟁에 이용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총선이 끝날 때까지 정치인에 대한 직접 수사를 보류하고 그 대신 계좌추적 등을 통한 간접 수사를 해 나가기로 했다.

이수형기자 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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