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선관위장 탄핵’ 소리가 나오는 이유

  • 입력 2004년 2월 29일 18시 37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공정성 시비에 휘말리고 있다. 야 3당은 노무현 대통령이 노골적으로 선거에 개입하고 있는데도 선관위가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유지담 위원장의 국회 출석을 요구했다. 조순형 민주당 대표는 “선관위가 의무를 다 못하면 위원장 탄핵에 착수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노 대통령이 총선 개입 시비를 부른 것은 한두 번이 아니다. 장차관과 청와대 참모진의 총선 징발, 지방자치단체장 빼오기, 잇단 선심정책 논란에 이어 공사석에서 여러 차례 열린우리당에 대한 애정을 표현했다. 거기에다 며칠 전에는 전국에 중계되는 방송을 통해 공개적으로 열린우리당 지지를 호소했다.

대통령이 이러니 열린우리당이 무엇이 두렵겠는가. ‘국민의 힘’ ‘국민참여 0415’ 등 친노(親盧) 외곽 단체에 이어 이번엔 성격이 애매해 보이는 전국 조직의 ‘개나리 봉사단’까지 만들기로 하는 등 대통령의 ‘총선 올인’ 전략에 합세하고 있다.

선거를 중립적으로 관리해야 할 행정부 수반이 이래서는 안 된다. 대통령의 정치적 중립과 선거운동 금지를 규정한 선거법 9조와 60조에도 배치되는 일이다. 더구나 노 대통령은 무당적(無黨籍) 아닌가.

사정이 이런데도 선관위는 대통령과 여권의 관권선거 움직임에 손을 놓고 있는 모습이다. 힘없는 측에는 엄격하고 권력측엔 마냥 너그러운 것으로 비치고 있는 것이다. “선거 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에 대해 대상이나 지위를 막론하고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한 연초 선관위원장의 다짐이 무색할 지경이다.

선관위는 더는 눈치 보지 말고 중심을 잡아야 한다. ‘선관위장 탄핵’ 소리가 나오는 것을 정치 공세로만 치부하지 말고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모레 열린다는 선관위 전체회의를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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