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최병렬 대표는 기자회견이 열린 22일 아침까지 자신의 거취를 놓고 막판 고심을 거듭했다.
최 대표는 지난주 초까지만 해도 ‘조기 전당대회 개최 후 대표직 이양’ 방안을 머릿속에 담고 있었다. 건전보수의 기치를 내걸고 구당 차원에서 합법적 절차에 따라 명예롭게 물러나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19일 경기 가평군으로 ‘장고(長考)’의 길을 떠난 최 대표에게 일부 측근들이 ‘옥쇄작전’을 긴급 건의하면서 상황이 꼬였다. 영남권과 일부 중진들을 중심으로 한 원내 40명, 원외 20명 등 모두 60명을 지지세력으로 끌어들여 세(勢) 대결에 나서자는 게 이들의 건의였다.
측근들은 대표직을 유지하는 ‘2선 후퇴’ 방안을 최 대표에게 전달하면서 ‘집단 동조 단식’까지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대표가 상경일정을 바꿔 20일 고향인 경남 산청군을 다녀온 것도 정면돌파 ‘결의’를 다지기 위한 것이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최 대표는 당 중진 및 원로들과 잇따라 전화접촉 등을 가지면서 세 대결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 대결로 나갈 경우 ‘패싸움’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결국 최 대표는 기자회견 당일 아침 처음 생각했던 ‘조기 전당대회 개최 후 대표직 이양’으로 최종 입장을 정리했다.
다음은 최 대표의 기자회견 후 일문일답 내용.
―그동안 비대위나 선대위 구성, 2선 후퇴 등 다양한 얘기가 있었는데….
“이는 당내 벌어지고 있는 일에 대한 해결책이 아니다. 어떻게 하면 국민의 사랑과 지지를 다시 모아 보수정당으로서 책임질 것인가에 대한 내 나름의 판단을 모아 내린 결정이다.”
―반대가 있어도 전당대회 개최를 밀어붙일 것인가.
“23만명 당원이 선출한 당 대표가 총선을 목전에 두고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내놓은 해결책이다. 타협이나 양보가 있을 수 없는 확고한 결론이자 원칙이다.”
―소집 시기는….
“공천이 완료된 뒤 하는 게 순서일 것이다.”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