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민경찬씨 고교동창에 653억 조사 요청

  • 입력 2004년 2월 13일 02시 09분


금융감독원 신해용(申海容) 자산운용감독국장은 12일 본보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지난달 30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사돈 민경찬(閔景燦)씨를 만난 것은 청와대의 요청으로 민씨의 얘기를 들어보자는 차원이었다”고 밝혔다.

신 국장은 또 “그 자리는 조사를 위한 것이 아니었다”며 “민씨가 나를 만날 이유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금감원이 처음부터 민경찬 사건을 조사할 의지가 있었는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또 금융권 일각에서는 금감원이 민씨에게 결과적으로 면죄부를 준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신 국장은 면담 경위에 대해 “민씨를 만나기 전날인 29일 오전 대통령민정수석실에서 민씨가 주장한 투자회사와 관련된 법규 자료를 요청했다”며 “이 과정에서 박삼철 자산운용업무팀장이 민씨와 고교 동창이라는 사실을 알렸고 청와대는 박 팀장에게 민씨를 만나볼 것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자금 모집과 펀드 등록 등을 조사하는 비제도 금융조사팀장이 배제된 데 대해선 “민씨가 투자회사를 만들어 부동산과 벤처기업 등에 투자한다고 알려져 있어 자산운용감독국 소관이라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또 “박 팀장이 면담에 참여한 것은 민씨를 만나기 어려운 상황에서 고교동창이라는 점이 감안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청와대는 26일과 28일 두 차례에 걸쳐 민씨를 면담했었지만 신 국장에게 면담사실을 알려주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한편 신 국장은 민씨를 면담한 후 이틀간 종적을 감춘 후 2일 금감원 기자실에 나타나 “청와대에 보고하고 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신 국장은 “면담 내용이 너무 부실해 오히려 의혹이 커질 수 있다고 판단해 고민했다”고 해명했다.

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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