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부산시장 빈소 찾은 이회창 전총재

  • 입력 2004년 2월 5일 15시 08분


"총재께서 지난 대선에서 이겼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텐데…"

5일 정오경 부산 금정구 청룡동 영락공원에 마련된 안상영(安相英) 부산시장의 빈소.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전 총재가 조문을 하는 모습을 지켜 보던 한 40대 여성은 이렇게 말하며 안타까워했다.

안 시장이 야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장으로서 정치적인 탄압을 받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 아니냐는 뉘앙스였다.

이 여성은 이어 "그렇지만 총재도 그 동안 많은 고통을 받았고, 총재 잘못은 아니다"고 말했다.

한편 이 전 총재는 분향을 한 뒤 침통한 표정으로 "안 시장은 부산 경제가 어려워 희망이 없다고 할 때 시장이 돼서 부산 발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국가적으로 크게 쓰일 사람이 이런 비극을 맞게 된 게 가슴 아프다"고 유족을 위로했다.

안 시장의 부인은 이 전 총재의 손을 잡은 채 오열했다.

이 전 총재는 빈소에서 한나라당 부산 지역 의원들과 만나 "이런 모양이 아니라면 당에서 나서야 했을 것"이라며 당이 뇌물수수 혐의로 조사를 받던 안 시장을 적극적으로 보호하지 못한 점을 지적했다.

이 전 총재는 또 "내가 처음 부산에 왔을 때 부산 녹산공단이 텅텅 비어 있다는 비관적인 얘기를 들었다. 그러나 안 시장이 부산시장이 된 뒤 녹산공단이 꽉 차지 않았느냐. 당은 물론 국가 차원에서도 큰 손실이다"고 말했다.

이 전 총재는 이날 빈소에 10여분 간 머문 뒤 김진재(金鎭載) 김무성(金武星) 서병수(徐秉洙) 김형오(金炯旿) 권철현(權哲賢) 안경률(安炅律) 의원과 이종구(李鍾九) 전 대통령후보특보, 유승민(劉承旼) 전 여의도연구소장과 함께 부산시내 한 식당에서 식사를 했다.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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