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찬 펀드` 의혹]‘투자자 65명’ 왜 47명이라 했나

  • 입력 2004년 2월 4일 18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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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찬씨의 653억원 모금 사건인 ‘민경찬 게이트’에 대한 청와대와 금융감독원의 설명이 오락가락해 이 사건의 실체를 둘러싼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펀드 투자자 축소 논란=금감원측은 그동안 민씨에 대한 조사를 토대로 펀드 투자자가 47명이라고 설명해 왔다.

그러나 4일 청와대에 따르면 민씨는 언론 보도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실의 1차 조사 과정에서 한때 투자자 수를 65명이라고 진술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청와대는 특히 65명 진술 자체를 부인하다 뒤늦게 이 사실을 시인하는 등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해 혼란을 부추겼다.

민주당은 이와 관련해 “금감원이 민씨가 법망을 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등 사건을 축소 은폐하려 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증권거래법에 따르면 6개월 안에 20억원 이상, 50인 이상으로부터 돈을 모을 경우 금융 당국에 신고하도록 돼 있으므로 이를 피하기 위해 투자자를 47명으로 줄인 것이라는 게 민주당측 설명이다.

그러나 금감원측은 “이번 사건에서 투자자 수는 법적으로 별 논란거리가 안 된다”고 반박하고 있다.

일각에선 이 사건이 문제가 되자 민씨가 법적인 문제를 피하려고 스스로 투자자 수를 줄여 말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한편 한나라당과 민주당 등 야권은 “47명인지 65명인지 모르지만, ‘묻지마 투자자’의 명단을 내놓으라”고 민정수석실에 촉구하고 있다.

야권은 나아가 이날 민정수석실 유재수 행정관과 금감원 박삼철 비제도금융국 팀장을 불법 대선자금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하는 등 이번 청문회를 ‘민경찬 청문회’로 끌고 갈 뜻을 분명히 했다.

▽펀드 계약서, 있나 없나=금감원이 “민씨가 계약서 없이 투자금을 모았다”고 한 데 대해서도 야권은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민씨는 시사저널 인터뷰에선 “법적으로 계약서를 썼기 때문에 계약을 해지할 근거가 없다”며 계약서가 있는 것처럼 말했다.

야권은 “자금을 모으면서 원금을 보장하거나 고수익을 내걸 경우 법에 저촉되니까 이를 피하기 위해 계약서가 없다고 했고, 이를 금감원도 알고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계약서 존재 여부는 오리무중이다.

한편 문재인(文在寅)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은 “시사저널 보도 후 민씨는 청와대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내가 대통령 사돈이면 사돈이지 뭐가 문제라고 웬 간섭이냐’면서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였다”며 “민씨는 금감원 조사에서도 투자자 명단이나 투자금액 보관 계좌 계약서 등 일체의 자료 제출을 거부하고 말로 설명한 것밖에 없었다. 민씨가 법률자문을 받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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