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도술씨 청와대계좌 돈세탁]청와대가 검은돈 세탁소인가

  • 입력 2004년 2월 3일 18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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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오랜 측근인 최도술(崔導術) 전 대통령총무비서관이 재직 당시 청와대 계좌를 이용해 ‘돈세탁’을 한 것과 관련해 한나라당과 청와대는 3일 열띤 공방을 벌였다.

한나라당은 먼저 “노무현 정권은 검은돈 세탁 정권이며 청와대는 돈 세탁의 온상”이라고 공격했다.

박진(朴振)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로 노무현 정권의 추락한 도덕적 해이에 기가 막힐 뿐”이라며 “노무현 정부가 검은돈 세탁의 정수를 보여주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에 청와대측은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 뭐라고 말하기 어렵고, 최 전 비서관의 비리에 대해선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면서도 이번 사안을 ‘돈세탁’이라고까지 말하기는 어렵지 않느냐는 시각을 보였다.

대통령비서실 관계자는 “청와대의 공식계좌에는 한국은행의 국고수표가 입금될 뿐 구조적으로 다른 돈을 입금할 수 없게 돼있다”며 “이는 정부 예산으로 운영되는 다른 공공기관도 모두 마찬가지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돈세탁을 했다는 표현 때문에 마치 청와대 공식계좌에 검은돈이 들락거린 것처럼 알려져 있으나 그렇지 않다”고 덧붙였다.

검찰도 최 전 비서관이 지인들로부터 받은 돈을 청와대 계좌에 입금한 부분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다.

최 전 비서관이 지난해 3월부터 8월 사이 지인들에게서 받은 현금 2000만원을 자신의 부하였던 경리 담당 직원에게 맡기고 그 대신 청와대 출금 계좌에서 똑같은 액수의 수표를 인출해 갔다는 것. 그리고 청와대 계좌에서 인출한 수표로 현금을 바꿔치기한 것이 바로 돈세탁을 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검찰은 최 전 비서관이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세탁한 돈을 합법적인 자금인 것처럼 위장해 차명계좌 등에 보관하는 바람에 이 돈의 출처를 캐는 데 2개월 이상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서는 최 전 비서관이 검은돈을 받은 것도 문제지만, 결과적으로 청와대 계좌가 검은돈을 세탁하는 곳으로 이용된 점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다. 권력에 대한 감시자가 없는 청와대 내에서 비서실의 출납과 회계를 맡은 공무원이 부패했을 경우 이를 방지할 시스템이 없다는 점이 입증됐기 때문이다.

이와 별개로 최 전 비서관이 현금으로 받은 돈을 그대로 쓰면 되는데도, 굳이 청와대 계좌에서 인출된 수표로 바꿔치기한 데에는 이 돈의 사용처와 관련해 다른 속사정이 있지 않느냐는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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