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찬 펀드]열린우리당 “청와대는 여태까지 뭐했나”

  • 입력 2004년 2월 3일 18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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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질적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3일 정동영(鄭東泳) 의장 체제가 출범한 지난달 11일 이후 처음으로 청와대를 향해 공개적으로 포문을 열었다.

노무현 대통령의 사돈인 민경찬씨의 거액 펀드모금 의혹에 대한 대통령민정수석실의 관리 소홀을 강하게 비판한 것. 그동안 열린우리당은 “‘대통령님, 지당하십니다’만 연발하는 해바라기 정당”이란 야권의 비난을 받으면서도 민감한 정치 현안과 관련해 청와대를 ‘엄호’하는 데 주력해왔다.

이날 총대를 멘 것은 이부영(李富榮) 상임중앙위원. 이 상임위원은 야권의 대선자금 청문회 실시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하기 위해 소집된 지도부 회의에서 “‘민경찬 사건’에 대한 국민적 의혹이 커지는 만큼 우리당도 적극 나서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에 일부 상임위원은 “아직 피해자가 있는 것도 아니고, 사건의 실체도 정확히 규명되지 않았는데 성급히 나설 필요가 있느냐” “우리당은 청문회 대응에 집중해야 한다”며 신중론을 폈다.

그러나 이 상임위원은 “이런 사건을 좌시하는 것은 민심을 거스르는 것”이라고 주장했고, 정 의장이 “이 상임위원의 제안대로 하는 게 좋겠다”며 매듭을 지었다.

회의 후 이 상임위원은 브리핑을 통해 대통령민정수석실의 ‘직무유기’를 질타하며 “민경찬씨가 계약도 하지 않고 엄청난 자금을 모아들인 것은 많은 국민들로부터 의혹의 눈초리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관계 당국이 하루빨리 이 사태를 마무리 지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한 핵심 당직자는 “불법 대선자금 정국 때부터 쌓여왔던 청와대 민정라인에 대한 당내 불만이 민씨 사건으로 폭발한 것 같다”고 풀이했다. 당내 비리 연루 인사들 문제를 당 차원에선 처리하기 힘드니, 청와대 민정라인이 사전에 적절한 언질이나 조치를 취해줄 것을 여러 차례 요청했는데 청와대측이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고 이 당직자는 덧붙였다. 특히 당 지지도가 1위에 오르는 최근 상승세가 이번 사건으로 꺾이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민정라인에 대한 원망과 성토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

수도권의 한 초선 의원은 “문재인(文在寅) 민정수석비서관은 ‘총선에 나와 달라’는 당의 요구를 무시하려면 고유 업무인 대통령 친인척 관리라도 제대로 해야 할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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