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지역구도 정치’ 깨는 계기 돼야

  • 입력 2004년 1월 20일 16시 13분


조순형 민주당 대표가 대구 출마를 선언했다. 자신을 다섯 번이나 당선시켜 준 서울 강북을 선거구를 버리고 한나라당 ‘텃밭’이라는 대구를 택한 것이다. 의미 있는 결정이다. 설령 지지율이 하락 추세인 당을 구하기 위한 고육책이라고 하더라도 지역구도 타파를 위해 자신의 기득권을 과감히 포기한 것은 높이 평가받을 만하다.

지역할거주의의 폐해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우리 정치가 후진적인 줄 세우기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도 ‘지역구도 정치’에 있다. 특정지역에서 특정 당의 공천만 받으면 막대기를 꽂아도 당선되는 풍토에선 정책도 인물도 자랄 수가 없다. 법다운 법 하나 만들지 못하고, 부패와 비리로 얼룩져도 당 보스에 충성해 공천만 받으면 어느새 다선, 중진의원이니 정치개혁을 놓고 고민할 필요도 없었던 것이다.

사회 전체가 분열적 양상을 띠게 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정권이 어느 지역으로 가느냐에 따라 개발 대상과 이를 담당할 기업이 달라지고, 심지어 하위직 공무원의 승진과 보직까지 요동쳐 온 것이 사실이다. 이른바 보혁(保革) 갈등을 비롯한 우리 사회의 모든 갈등의 이면에는 지역감정이 숨어 있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조 대표의 결단이 지역할거주의의 철옹성을 부수는 출발점이 됐으면 한다. 특정 지역구에 안주해 손쉽게 금배지를 닮으로써 역량 있는 신인들의 진입을 막고 ‘지역구도 정치’를 심화, 재생산해 온 악순환의 고리를 이제는 끊어야 한다.

지역구 선택은 물론 정치인 몫이고 이에 대한 심판은 유권자 몫이다. 그러나 ‘3김 정치’가 이미 끝났는데도 우리 정치가 그 부(負)의 유산을 계속 끌어안고 간다면 이 나라에 과연 미래가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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