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政爭에 휘말리나”…“대통령下野 문제 걸려 부담”

입력 2003-12-16 18:54수정 2009-09-28 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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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의 16일 기자회견으로 검찰의 불법 대선자금 수사는 진상규명 차원을 넘어 현직 대통령의 하야(下野) 문제가 걸린 사안으로 비화됐다.

이날 노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 때 민주당이나 측근들이 받은 불법 선거자금이 한나라당의 10분의 1을 넘으면 정계 은퇴하겠다’고 재확인하자 검찰 수뇌부는 부담스러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수사팀도 이회창(李會昌) 전 한나라당 총재의 자진 출두에 이어 노 대통령의 발언으로 이 사건이 정쟁의 대상으로 전락해 검찰 수사의 신뢰를 손상시켜 특검 도입이 불가피한 상황이 올 수 있다며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이런 점을 의식한 듯 송광수(宋光洙) 검찰총장은 “그것(노 대통령의 10분의 1 발언)을 고려하지 않고 수사에 전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송 총장은 ‘이 문제가 대통령 하야 문제와 관련될 수도 있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고 “그 말씀은 정말 수사에 대한 부담이다. 수사에 전념하겠다. 수사 결과를 지켜봐 달라”고만 말했다.

수사팀의 한 관계자도 “수사가 진전되면 불법 자금 문제에 대해 노 대통령도 모르는 부분이 많이 나올 수 있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불법 대선자금의 진상이 규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부른 언급이라는 의미였다.

노 대통령의 ‘10분의 1 발언’으로 수사팀은 지난해 대선 당시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모금한 자금의 규모를 모두 밝혀내야 수사를 끝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이 수사가 내년 4월 총선까지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특별수사에 능통한 한 중견 검사는 “이 수사의 목표는 정경 유착의 실상을 구조적으로 밝혀내 불법 자금을 유용한 정치권을 처벌하는 것이었으나 앞으로 양당의 대선자금 규모를 전부 규명해야 하는 부담도 떠안게 돼 수사의 장기화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노 대통령의 발언으로 자금 제공자인 기업에 대한 수사가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지검의 한 검사는 “노 대통령이 자금의 규모를 언급하는 바람에 기업이 ‘보복’을 우려해 노무현 후보 캠프에 제공한 대선자금을 축소해 밝힐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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