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당적변경 없다더니…"

  • 입력 2003년 12월 15일 00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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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명의 철새가 탄생했군요. 그래도 내년 국회의원 선거에 상당히 영향을 미치지 않겠어요.”

김혁규 경남도지사의 한나라당 탈당 소식을 들은 경남 창원시의 한 50대 택시운전사는 “먹고살기가 어려워 정치에는 별 관심이 없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부산, 경남이 한나라당 텃밭이라더니 도지사가 옮겨갈 정도라면 보통 일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 지사의 탈당을 보는 부산 경남지역 주민들의 분위기는 대체로 비판 쪽이다. 열린우리당의 행태까지 싸잡아 비난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현직 교사 박모씨(33·경남 밀양시)는 “김 지사가 당적을 옮기더라도 한나라당 텃밭인 경남에서 민심의 동요가 일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구시대’ 사람에다 진보인지 보수인지 정체성이 불분명한 사람까지 끌어들이는 것을 볼 때 열린우리당도 한계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국농민회 경남도연맹 강기갑(姜基甲) 의장은 “정치개혁을 내세우면서 출범한 열린우리당이 내년 총선에 대비해 지역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개혁적이라고 보기 어려운 인사를 영입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부산지역 의사 김모씨(37·여)는 “김 지사가 어느 당으로 옮기든 별 관심이 없다”면서 “김 지사의 탈당은 이해타산에 따라 자리를 옮기는 모습일 뿐”이라고 말했다.

13일 오후 김 지사 탈당을 처음으로 확정 보도한 동아닷컴과 경남도청 공무원노조 홈페이지에는 ‘철새’ ‘비겁’ ‘해바라기’ ‘배신자’ 등 강한 비난이 쏟아졌으나 ‘새로운 정치와 나라를 위한 용단’이란 평가도 있었다.

경남지역 한나라당 인사들은 비상이 걸린 반면 우리당 관계자들은 큰 기대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한나라당 소속 경남도의회 의원들은 15일 의원총회를 열어 대응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한나라당 소속의 한 도의원은 “얼마 전 김 지사가 도의회에서 분명히 ‘(우리당에) 안 간다’고 답변했는데 이렇게 배신할 수 있느냐”면서 “전국구 국회의원이나 장관직을 노리는 것이 아니라면 ‘대통령 병’이 도진 모양”이라고 비난했다.

한편 경남지역 우리당 관계자들은 “김 지사가 입당하면 전체적인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을 정도의 파괴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창원=강정훈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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