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기획예산처 대통령직속 전환 추진

  • 입력 2003년 11월 18일 18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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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책임총리제 도입에 대비해 총리실 소속의 기획예산처를 대통령직속기구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18일 “노무현 대통령의 대선 핵심 공약사항인 국정과제를 강도 높게 추진하기 위해 국가예산을 편성 집행하는 ‘돈줄’인 기획예산처를 대통령직속체제로 조직을 바꾸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이 같은 방안을 정부조직개편 작업을 추진하고 있는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에 최근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노 대통령은 내년 총선 이후 일상적인 부처 업무는 총리에게 사실상 전권을 부여하고 핵심 국정과제에 전념하겠다는 생각이다”며 “이를 위해 국가예산을 집행하는 기획예산처가 대통령 직속으로 있어야 업무 추진에 가속도가 붙을 수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청와대 내에서는 내년 총선에서 사실상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국회 다수당이 되지 못할 경우 노 대통령이 내놓는 각종 개혁법안의 추진이 쉽지 않고 야당의 책임총리제 실시 요구로 국정 운영에 어려움이 따를 것을 우려하고 있다.

따라서 막대한 예산이 뒷받침돼야 하는 지방분권 및 신행정수도건설, 농어촌 대책, 동북아경제중심 등 대통령의 국정과제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연간 예산 120조원이 넘는 ‘나라의 돈주머니’를 대통령 직속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청와대측은 특히 책임총리제를 도입할 경우 거대 야당의 제동으로 노 대통령의 국정과제 추진이 사실상 ‘물 건너 간다’는 현실적인 계산도 고려하고 있다.

정부 조직개편과 관련해 각 부처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는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측도 “기획예산처는 단순한 경제부처 차원이 아니라 업무성격상 국정 전반에 대한 검토와 고려가 필요하며 그런 위상에 걸맞은 조직으로 역량을 보강해야 한다”고 밝혀 조직개편의 필요성을 뒷받침했다.

그러나 내년 4, 5월경 기획예산처를 대통령 직속기구로 전환하려면 내년 초까지 정부조직법을 개편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야당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기획예산처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이원집정부체제로 전환하면서 대통령과 총리가 대립각을 세우는 상황이 아니라면 기획예산처가 어디에 속해 있든 대통령중심제 하에서는 대통령의 입김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해 조직개편의 실효성에 의문을 표시했다.

김대중(金大中) 정부에서도 정권 초기 기획예산처를 대통령 직속으로 개편하는 방안을 추진해 입법 초안까지 마련했으나 대통령중심제 하에서 정부 부처를 대통령 직속으로 굳이 둘 필요가 없다는 여론에 밀려 철회한 적이 있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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