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재신임 공조…복잡한 ‘득실계산’

  • 입력 2003년 10월 30일 18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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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정국 현안에 대한 정치권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전선이 복잡하게 얽히고 있다.

최근 떠오르고 있는 가장 큰 현안은 대선자금 비리에 대한 특검수사 여부.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은 각각 ‘적극 추진’과 ‘반대’라는 입장의 양 극단에 서 있다. 민주당과 자민련은 그 중간에서 “일단 검찰 수사를 지켜본 뒤 결정하자”는 유보적인 입장이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특검법안 국회 제출 시기의 마지노선을 31일로 정하고 그 전에 민주당과 자민련을 끌어들이려고 노력 중이나 아직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특히 민주당은 한나라당과 적극 공조에 나설 경우 DJ 정권에서부터 이어진 ‘개혁’ 이미지의 정체성이 실종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전통적 지지층이 몰려 있는 호남지역에서 “민주당이 한나라당 좋은 일만 시켜주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은 것도 신경 쓰이는 대목이다.

민주당 박상천(朴相千) 대표가 “내년 총선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인 한나라당과 공조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나라당도 “민주당 자민련과 사안별 협조는 하더라도 정당간 공조는 하지 않겠다”고 강조한다.

‘3당 대 우리당’으로 대치선이 그어질 경우 개혁의 기치를 내걸고 있는 우리당의 위상이 강화되는 동시에 ‘수구 보수’의 이미지가 굳어지면서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는 계산 때문이다.

대통령 재신임 국민투표에 대해선 민주당과 자민련이 ‘반대’, 우리당이 ‘찬성’ 입장을 표명한 가운데 한나라당은 ‘특검 후 실시’라는 조건을 달고 있다.

정치권에선 민주당의 재신임 국민투표 철회 주장도 호남을 의식한 것이라는 관측이다. 투표 결과 재신임 비율이 높게 나와 ‘우리당 바람’이 불 경우 민주당의 존립 기반이 허물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민주당과 자민련 모두 정국의 대치 양상이 ‘한나라당 대 우리당’으로 흘러가면 정국의 주요 흐름에서 소외될 가능성을 우려해 한나라당과 차별성을 보이려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재신임 제안을 적극 수용한 전력이 있어 쉽게 돌아서지 못하는 측면도 있다. 이런 맥락에서 한나라당이 특검수사를 전제로 한 재신임 국민투표를 주장하는 배경은 두 가지다.

특검수사가 받아들여질 경우는 노 대통령 관련 대선자금 비리 의혹이 드러날 것이 분명한 만큼 국민투표로 이어지더라도 불신임 비율이 높게 나올 것이란 게 첫 번째 계산. 또 청와대나 우리당의 반대로 특검이 성사되지 않으면 재신임 국민투표 거부 명분이 생긴다는 게 한나라당의 속셈이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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