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盧후보 ‘이중장부’ 의혹도 밝혀라

  • 입력 2003년 10월 28일 18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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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의 대선자금이 별도로 관리됐으며 그 내용을 담은 이중장부가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정치권에 흔한 미확인 첩보나 설(說)이 아니다. 노 후보의 대선 홍보본부장을 맡았던 김경재 민주당 의원의 말이다. 그 주장이 맞는다면 노 후보측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대선자금을 허위신고한 게 된다. 이 일로 회계책임자가 징역형을 선고받으면 노 대통령의 당선이 무효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당시 노 후보의 총무본부장이었던 열린우리당 이상수 의원은 이중장부의 존재를 부인했지만 기업별로 책임자를 선정해 모금한 사실은 시인했다. 한나라당이 했던 것과 똑같은 방법을 사용한 것이다. 이 의원은 이렇게 모은 돈은 모두 공식후원금으로 영수증 처리했다고 강조했다. 영수증 처리를 안 한 최돈웅 의원 사건과는 성격이 다르다는 것이다.

그러나 깨끗한 정치를 외치며 돼지저금통으로 선거를 치렀다는 노 후보이기에 국민이 느끼는 배신감과 분노는 오히려 더 크고 깊을 수 있다. 이래서야 도대체 누가 누구를 욕할 수 있겠는가.

검찰은 철저한 수사로 이중장부와 회계부정에 관한 의혹의 진상을 밝혀야 한다. 회계처리에 얼마나 문제가 많았으면 자체 감사를 맡고 있는 당직자가 “못 볼 것을 봤다”고까지 했겠는가. 검찰이 발 빠르게 민주당측에 관련 자료를 요청하고 엄정수사 의지를 밝힌 것은 잘한 일이다. 대통령이라고 해서, 또는 여당이라고 해서 어물쩍 넘어가서는 결코 안 된다. 그때는 특검으로 갈 수밖에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정치권 또한 검찰 수사에 방해가 되는 어떤 행동도 삼가야 한다. 지금의 정치판은 어제의 적(敵)이 오늘의 친구가 되는 미묘한 상황이다. 이런 틈새를 노려 처지가 비슷해진 당끼리 물밑타협을 시도하거나 정치적 해결을 모색해서는 안 된다. 특검법 협상한다고 시간만 끌다가 유야무야 넘어가서도 안 된다. 그때는 여야 모두 공멸(共滅)할 뿐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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