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4黨대표 연쇄회동]양보없는 ‘强대强’ 극한 대치

  • 입력 2003년 10월 26일 18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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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비자금 정국이 급기야 여야간 물러설 수 없는 정면 대결로 치닫는 분위기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대선자금 문제와 재신임 국민투표 문제의 해법을 찾기 위해 25, 26일 4당 대표와의 연쇄 회동을 가졌지만 대선자금 해법을 놓고 정치권이 첨예하게 맞붙을 공산이 커졌기 때문이다.

발단은 한나라당 최병렬(崔秉烈) 대표가 26일 노 대통령과의 청와대 회동에서 여야 대선자금의 전면 특검 수사라는 ‘초강수’를 던졌기 때문이다.

최 대표는 특히 “특검 수사 결과에 따라 탄핵할 것은 탄핵하고 하야(下野)할 것이 있으면 하야해야 한다”고 노 대통령을 몰아붙였다. ‘탄핵’ 및 ‘하야(下野)’란 극단적 표현까지 사용하며 그동안 수세에 몰린 당의 입지를 뒤집기 위한 배수진(背水陣)을 친 셈이다.

최 대표는 청와대 회동 직후 심규철(沈揆喆) 김용균(金容鈞) 의원 등을 불러 특검법안을 잠정 확정한 뒤 이르면 27일 당 차원의 특검법안을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27일 최 대표의 대국민 직접 사과와 함께 당을 비상체제로 전환하는 등 ‘준(準) 전시상태’에 돌입하기로 했다.

비상 체제 전환의 핵심은 이재오(李在五) 홍준표(洪準杓) 김문수(金文洙) 의원 등 재선급 의원들을 전면에 포진하는 당직 개편을 통해 여권의 각종 비리의혹에 대한 적극공세 채비를 갖추는 것이다.

이와 함께 정치개혁과 관련해서도 주도권을 쥘 수있는 ‘비장의 카드’를 마련한다는 게 한나라당의 전략이다.

따라서 정국은 당분간 대선자금에 대한 한나라당의 전면적인 특검 실시 요구와 대여 공세로 격랑에 휩싸일 공산이 크다. 특히 원내 과반 의석을 확보하고 있는 한나라당은 검찰 수사를 불공평 수사로 몰아붙이면서 특검법을 단독으로 밀어붙일 가능성도 없지 않다.

대선자금 문제로 청와대와 검찰 그리고 한나라당이 정면충돌 조짐을 보이면서 재신임 국민투표 실시문제 등 내년 4월 총선 때까지의 정국 일정은 극도로 불투명한 상황에 빠져들었다.

한나라당이 ‘선(先) 대선자금 특검 수사, 후(後) 탄핵 또는 재신임’ 방안을 제시함으로써 재신임 국민투표 실시 여부는 가늠하기 어렵게 됐다. 더욱이 노 대통령이 이날 “최종 결정을 내리기 전에 위헌 여부 판단을 한 번 받아보겠다”고 밝혀 헌법재판소의 판단에 따라 그 실시 여부가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유인태(柳寅泰)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이 “내년 1월 중순경까지는 국민투표를 실시해야 한다”며 국민투표 실시 기한을 다소 늦춘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은 듯하다.

이와 별개로 노 대통령과 4당이 모두 정치개혁 추진에 공감함으로써 정치권은 이를 놓고 전면적인 정치개혁 경쟁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박상천 대표(왼쪽)와 열린우리당 김원기 창당주비위원장(가운데), 자민련 김종필 총재가 노무현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을 위해 청와대에 들어서고 있다. -박경모기자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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