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다자틀내 서면안전보장 검토 용의"

  • 입력 2003년 10월 26일 15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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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25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일 한ㆍ미 정상회담에서 제의한 '다자틀 내 서면 안전보장' 방안을 고려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외무성 대변인은 이날 조선중앙통신 기자의 질문에 대한 대답에서 "부시 대통령은 태국에서 진행된 APEC(아ㆍ태경제협력체) 수뇌자회의 기간 우리(북)에게 불가침을 서면으로 담보(보장)할 수 있다고 하면서 6자회담을 개최하자고 했다"며 "우리는'서면불가침담보'에 관한 부시 대통령의 발언이 우리와 공존하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이고 동시행동원칙에 기초한 일괄타결안을 실현하는데 긍정적인 작용을 하는 것이라면 그것을 고려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이미 이에 대해 (북ㆍ미)뉴욕 접촉선을 통해 미국측에 전달하였으며 미국의 진의를 확인 중에 있다"고 강조했다.

대변인은 북한의 이런 입장은 "조-미가 동시행동원칙에 따라 문제를 하나하나씩 풀어가는 과정을 통하여 신뢰를 쌓고 공존의 기초를 마련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기대로부터 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6자회담 개최와 관련, "동시행동원칙을 수용하려는 (미측의) 의지가 확인되지 않는 한 현 상태에서 6자회담에 대하여 말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일단유보적인 태도를 나타냈다.

외무성 대변인은 그러나 "미국측은 뉴욕접촉을 중시하며 (접촉을) 계속해 나갈 입장을 강조했다"고 말해 북한의 체제안전보장안을 놓고 북ㆍ미간의 논의가 상당히 깊숙이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북한이 우방궈(吳邦國)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의 방북(29~31일)을 앞두고 미국의 '서면불가침보장'안에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낸 것은 앞으로 북-중간, 북-미간 긴밀한 논의를 거쳐 연내 6자회담을 통해 이를 협의할 수도 있음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 반응

25일 미 국무부 관계자는 24일 늦게 뉴욕채널(유엔 북한대표부)을 통해 북한의 메시지를 받았다면서 현재 분석 중이고 6자회담을 계속 추구하겠다고 밝혔다.

백악관 관계자도 비슷한 입장을 밝혔다.

뉴욕타임스는 북한 외무성의 발언에 대해 면밀하게 계산된 발언이며 통상적인 비판이 생략됐다면서 '주목할만한 변화'라고 평가했다.

뉴욕 타임스는 또 다음주 우방궈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의 방북을 앞두고 북한의 입장이 나온 것은 북한이 중국이 시키는 대로 한다는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한 것으로 분석했다.

다음주 황장엽씨의 미국 방문으로 미 언론들이 북한 관련 보도를 할 것으로 보이는 것도 계산됐으리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국무부는 켈리 차관보 등이 APEC 참가 후 25일 귀국함에 따라 다음주 초에 북한 입장에 대한 분석작업과 함께 뉴욕 채널을 가동하고 11월 초 한미일 조율을 거쳐 6자회담 일정을 제시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워싱턴=권순택특파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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