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사덕(洪思德) 원내총무는 이날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지금까지 겪었던 것보다도 더 심각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며 당내의 불안한 기류를 대변했다.
그러나 이런 위기의식 속에서도 당내에서는 최 의원의 검찰 수사가 당내 갈등의 도화선이 될 것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최 의원이 이회창(李會昌) 전 총재의 고교 동창으로 각별한 인연을 맺고 있다는 점에서 ‘포스트 이회창’ 체제 구축에 나선 최병렬(崔秉烈) 대표측과 이 전 총재 세력간에 미묘한 냉기류가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대선 때 주축역할을 했던 서청원(徐淸源) 전 대표와 김영일(金榮馹) 전 사무총장은 “최 의원의 검찰 수사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SK비자금이 중앙당에 흘러온 것은 없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 전 총재의 개인 후원회를 이끌었던 이흥주(李興柱) 전 특보도 “개인 후원회인 ‘부국팀’엔 그런 돈이 들어온 적이 없다”고 강력 부인했다.
여기에다 이 전 총재측은 최 대표측이 최 의원 사건에 냉담한 것 같다며 은근히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최 대표가 이번 사건을 당내 이회창 세력 청산 작업의 계기로 삼으려는 계산을 깔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감추지 않고 있다. 최 의원이 검찰 출두 전 기자들에게 “이런 식으로 당이 하면 나도 가만있지 않겠다”고 흥분한 것도 이 같은 ‘친이회창 진영’의 정서를 대변한 것이다.
당 지도부는 이 같은 이 전 총재측의 의구심에 대해 ‘기우(杞憂)’라고 일축했다. 다만 최 의원 사건의 진상이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당 차원의 대응 수위를 쉽게 결정하기 힘든 데다 자칫 잘못 대응할 경우 여권의 역공에 말릴 수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대응할 뿐이란 설명이다.
그러나 10월 말로 예정된 이 전 총재의 귀국과도 맞물려 최 의원의 수사에 대한 당의 대응문제는 계속 미묘한 파장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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