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 ‘국민투표’ 반응]“野 국회장악 막으려 계산된 조치”

  • 입력 2003년 10월 13일 23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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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통령, 불신임시 퇴진.’

세계 주요 언론들은 노무현 대통령의 13일 국회연설을 긴급뉴스로 보도했다.

AP통신은 노 대통령이 일관성을 보이지 못한 데 따라 많은 국민이 정부에서 멀어졌으며 측근들의 부패 의혹 역시 노 대통령의 지지도에 상처를 냈다고 평가했다.

뉴욕 타임스는 서울발 기사를 통해 “경제위기와 측근들의 부패 스캔들에 흔들리고 있는 노 대통령이 국민투표를 통해 재신임을 받겠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측근인 최도술 전 대통령총무비서관이 SK그룹에서 100만달러에 가까운 거액을 받은 혐의가 포착됐다”고 전하고 “전투적인 노조에 강경하게 대처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아온 데다 북핵 사태가 터지면서 한반도의 긴장도 높아졌다”고 덧붙였다.

CNN방송은 시정연설 소식을 ‘대통령수석보좌진 사퇴서 반려’ 등의 지난 뉴스까지 묶어 이날 오후 인터넷판 머리기사로 올렸다. CNN은 인권변호사 출신인 노 대통령이 세련되지 못한 통치 스타일과 정책의 비일관성 때문에 비판을 받아왔다고 전하고, 분석가들을 인용해 이번 정치적 대격변이 경기침체와 북한 핵문제와 같은 긴급한 사안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미지수라고 전망했다.

BBC방송은 금융 스캔들과 경기침체로 노 대통령이 언론과 정치세력의 공격을 받음으로써 지지도가 급락했다면서 북핵 문제와 미국과의 관계에 대한 대응방법도 광범위한 비판을 받아왔다고 전했다.

일본 교도통신은 노 대통령이 위험한 정치적 도박을 하고 있다는 혹독한 비판을 받고 있지만 일부 관측통들은 노 대통령의 결정에 대해 집권진영이 분열된 뒤 의회가 야당에 장악되는 어려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계산된 조치로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AFP통신은 “노 대통령의 재신임투표 실시 결정은 한국에서 전례가 없는 것으로, 최근의 부패 의혹에 대해 진실을 밝히라는 압박에 처한 상황 속에서 나왔다”고 설명했다.

이 통신은 “대통령이 잇따라 일관성 없는 모습을 보이자 유권자들은 그가 한국의 경기 침체와 북핵 위기를 다루는 데 능력이 부족한 것으로 보게 됐다”고 전했다.

연합

박래정기자 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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