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재신임 정국]국민투표前 해결해야할 조건

  • 입력 2003년 10월 12일 19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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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재신임 방법으로 국민투표를 수용할 뜻을 내비침에 따라 ‘재신임 국민투표’를 둘러싼 법적 논란이 2라운드에 접어들었다.

당초 재신임 여부가 국민투표의 대상이 되는지를 놓고 정치권과 법조계는 1라운드 공방을 벌였다. 그러나 노 대통령이 사실상 국민투표를 재신임 방법으로 수용한 만큼 이제는 세부적인 절차와 구속력 등에 대한 논란이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현행법에는 대통령 재신임과 관련된 규정이 전혀 없다. 그나마 외교 국방 통일 기타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과 헌법개정을 전제로 만들어진 국민투표법을 일부 준용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국민투표법에도 의사결정에 관한 규정과 국민투표 결과에 대한 구속력 규정은 없다. 따라서 재신임 국민투표의 이 같은 빈 부분을 채워 재신임 여부를 결정할 기준과 요건을 완비하기 위해선 국민투표법 개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재신임 의사결정은 어떻게 하나=현행 국민투표법에는 가부 결정의 정족수나 확정에 대한 규정이 없다. 다만 헌법 130조에 ‘헌법 개정에 대한 국민투표의 경우 유권자 과반수 투표에 과반수 찬성’을 규정하고 있다. 또 헌법 67조는 ‘대통령 선거에서 대통령 후보자가 1인인 때에는 득표수가 총 유권자의 3분의 1 이상이 아니면 당선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치권과 법조계 일각에서는 헌법 해석을 통한 준용이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 규정은 단지 ‘참고 규정’일 뿐이어서 국민투표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 경우 법 개정은 국회로 넘겨질 전망이나 엇갈린 정치적 이해에 바탕을 둔 각 당의 의견조율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투표 결과는 대통령을 구속하나=국민투표법 89조는 국민투표 결과에 대해 ‘찬성과 반대 무효 등을 확정해 공표’만 하도록 돼있다. 즉 대통령이 투표 결과를 무시해도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는 게 법학자들의 대체적인 해석이다.

한나라당은 이 같은 현행법 규정에 촉각을 세우며 국민투표 이후 법적 구속력이 있는 후속조치가 담보된 국민투표를 원하고 있다. 자칫 국민투표로 대통령이 불신임되더라도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국정혼란만 가중될 수 있기 때문이다.

홍준표(洪準杓) 의원은 11일 긴급의원총회에서 ‘대안제시형’ 국민투표방식을 주장했다. 홍 의원은 “단순한 신임여부 투표는 가결되기 어렵다”며 “불신임을 받았을 경우 후속 조치를 규정한 대안제시형 국민투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국민투표 찬반운동은 당적 보유 여부와 관계없이 누구든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 중앙선관위의 유권해석이다.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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