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회 ‘방북 국감’ 추진 경솔했다

  • 입력 2003년 9월 28일 18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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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감사 기간에 북한을 방문하려던 국회 문화관광위의 계획에 대해 북한이 주권침해라며 강력히 항의하고 국회의 공식 사죄를 요구하고 나섰다. 국회가 경솔하게 일을 추진했다가 남북간에 불필요한 갈등이 생긴 것 같아 유감스럽다.

문광위 소속 의원들은 내달 6일부터 4일간 평양의 유경 정주영체육관 개관식과 통일농구대회 참관을 위해 방북할 예정이었다. 북한은 관광 수준으로 판단할 수 있는 평양 방문보다는 문광위의 ‘개성공단 개발에 따른 문화재 훼손실태 점검’ 계획을 문제 삼은 것으로 보인다.

문광위 배기선 위원장은 언론이 북한 방문을 ‘방북 국감’으로 해석했기 때문이라며 언론을 탓했으나 소속 의원 전원이 예정됐던 다른 국감 일정을 취소하고 방북하는 행사를 국감과 관련이 없다고 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문광위는 묘향산 방문 등 관광 계획도 추진했다. 관광 행사로 오해받기 쉬운 방북 일정에 ‘문화재 훼손실태 점검’을 끼워 넣어 국감행사로 포장하려 했다가 공연히 북한의 역습을 받게 된 것은 아닌가.

국회의원들이 북한을 쉬운 상대라고 안이하게 생각해 문제를 일으킨 측면이 있다. 문광위는 책임을 회피하는 대신 결자해지의 자세로 북한과의 갈등을 풀어야 한다. 방북이 필요하다면 이제부터라도 북한의 책임 있는 당국과 접촉해 동의를 얻어야 할 것이다. 북한은 “의원들을 오라고 한 적도 없으며 초청할 생각도 없다”고 하지 않는가. 국감기간 중 방북을 추진 중인 건설교통위와 정보통신위도 자신들의 계획이 남북간의 마찰을 빚지 않도록 신중하게 처신해야 한다.

북한의 반발을 초래하기는 했지만 남한의 지원으로 추진되는 개성공단 건설 등 남북경협사업에 대한 국회의 감시는 필요하다. 북한은 비난만 할 것이 아니라 국가예산이 들어가는 사업을 심사하는 남한 국회의 역할을 존중해야 한다. 지난주 법원이 ‘대북송금은 통치행위가 아니다’며 대북송금 관련자 전원에 대해 유죄판결을 내린 사실을 북한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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