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송두율교수 기소 요청할듯

  • 입력 2003년 9월 25일 18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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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은 25일 친북 활동 혐의를 받고 있는 송두율(宋斗律·59) 독일 뮌스터대 교수를 3일째 불러 밤늦게까지 조사했다.

국정원은 송 교수가 북한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 김철수와 동일 인물인지 등에 대해 조사했으나 송 교수는 관련 혐의를 줄곧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송 교수의 변호인 김형태(金亨泰) 변호사는 이날 “김철수가 여러 명 있었는데 서경원(전 의원)도 김철수라고 했었고, (‘강철서신’의) 김영환도 김철수라고 했었다”면서 “김철수라는 이름 자체가 사법처리의 핵심은 아니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이어 “송 교수가 실제로 노동당 후보위원으로 임명됐으며 후보위원으로 활동했는지가 중요하다”면서 “송 교수는 절대로 김철수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국정원은 이날 송 교수에 대한 조사를 사실상 마무리 짓고 1, 2일간 법률 검토를 거쳐 기소의견과 함께 이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것으로 알려졌다.

송광수(宋光洙) 검찰총장은 이날 송 교수의 신병처리와 관련해 “국정원에서 사건이 송치되는 대로 객관적 사실 등을 따져 사법처리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송 총장은 “송 교수 사법처리에 남북관계의 특수성 등이 고려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즉답을 피했다.

서울지검 공안1부(오세헌·吳世憲 부장검사)는 국정원이 사건을 송치할 경우 송 교수를 직접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민감한 사안인 만큼 주임검사가 송 교수를 철저히 조사할 계획”이라며 “백지 상태에서 (기소여부 등을) 결정하기 위해서라도 국정원 조사 내용을 알려고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법무부는 국정원과 검찰의 신청을 받아들여 송 교수에 대해 24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10일간 출국정지 결정을 내렸다.

이태훈기자 jefflee@donga.com

▼사법처리 어떻게 되나▼

친북 활동 혐의를 받고 있는 송두율(宋斗律·59) 독일 뮌스터대 교수에 대한 국가정보원의 조사가 25일까지 3일째 강도 높게 진행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정원은 송 교수의 조사내용에 대해 일절 함구하고 있지만 그의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이미 확보한 자료 등을 근거로 조사를 진행해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을 것이란 관측이 국정원과 검찰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국정원의 요청을 받아 법무부가 24일 그에 대해 출국정지를 한 것도 ‘무혐의’보다는 기존의 혐의 입증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는 증거로 볼 수 있다. 국정원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서울지검 관계자는 “25일 수사가 마무리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더 해야 할 것”이라며 “우리도 (조사를) 길게 안 했으면 하는데 그게 아닐 수도 있다”고 말했다. 법무부의 한 관계자도 “당국이 그에 대해 10일간 출국정지를 한 것에 비춰볼 때 금방 조사가 끝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며 “조사할 그의 행적도 수십 년에 걸쳐 있어 조사 분량이 방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정원은 23일 오전부터 3일간 송 교수를 상대로 △북한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 김철수와 동일 인물인지 △독일에서 함께 유학 중이던 오길남씨에게 입북을 권유했는지 △91년 이후 북한을 수차례 방문한 행위가 국가보안법 위반인지 등 세 갈래로 조사를 벌여왔다.

특히 1997년 귀순한 전 노동당 비서 황장엽씨와 탈북자의 증언 등을 토대로 송 교수가 북한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과 동일 인물일 가능성을 집중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국정원이 그가 북한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 김철수와 동일인임을 사실상 확인했고, 검찰은 이를 전제로 법률 검토를 시작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으나 국정원과 검찰은 현재 부인하고 있다.

반면 송 교수는 이날 오전 9시경 조사를 받기 위해 국정원 청사로 들어가기에 앞서 기자들에게 “오늘 조사가 끝나면 다 잘 될 거라고 확신하고 있다. 해명은 다 됐다”고 말해 국정원과는 다른 기류를 전했다.

조사 마무리 시점조차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그의 처리 전망은 안개 속이다.

그의 귀국 초기에는 불기소하는 방안이 거론됐으나 국정원이 송 교수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입증할 확실한 근거를 상당수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최소한 불구속 기소는 될 것이란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검찰 일각에서는 송 교수가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 김철수라는 혐의가 드러나면 전격적으로 구속 수사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이태훈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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