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자부장관이 정치하고 다니니 재해대책이 이모양”

  • 입력 2003년 9월 15일 18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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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열린 국회 재해대책특별위원회에서 김두관 행정자치부 장관이 전날(14일) 밤 기준으로 태풍 ‘매미’의 피해상황을 보고하자 한나라당 권태망 의원(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주무 장관이 상황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질타하고 있다. -서영수기자-
15일 열린 국회 재해대책특별위원회에서 김두관 행정자치부 장관이 전날(14일) 밤 기준으로 태풍 ‘매미’의 피해상황을 보고하자 한나라당 권태망 의원(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주무 장관이 상황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질타하고 있다. -서영수기자-
국회 재해대책특별위원회는 15일 태풍 ‘매미’ 피해와 관련해 김두관(金斗官) 행정자치부, 박봉흠(朴奉欽) 기획예산처, 김화중(金花中) 보건복지부 장관 등을 출석시킨 가운데 전체회의를 열고 정부의 예방책 미비 등을 집중 추궁했다. 의원들은 특히 정부의 사전 조치 미비로 120여명의 인명 피해 등이 난 것은 ‘인재(人災)’라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이원형(李源炯) 의원은 “태풍이 제주도에서 순간 최대 풍속이 초속 60m를 넘었다면 정부는 당연히 해일 동반을 예측하고 대비를 했어야 했다”며 “일부 피해 지역 동사무소는 민원인 전화도 받지 않는 등 손을 놓고 있더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특히 “경제팀의 수장인 김진표(金振杓) 경제부총리가 12일 태풍 대책회의에도 참석하지 않고 제주도에서 골프를 친 것에 대해 진상 조사를 벌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김정부(金政夫) 의원은 “바닷물이 육지를 덮쳐 피해 정도가 홍수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데 정부가 열흘 후에나 피해 조사 결과를 발표하겠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질타했다.

또 자민련 정우택(鄭宇澤) 의원은 “마산 해운동의 경우 해수면과 땅의 높이차가 1m에 불과해 만조시에는 해운동쪽으로 역류하는 현상이 발생해왔다”며 “집중호우 때마다 침수되는 지역인데도 지금까지 아무런 대책을 강구하지 않다가 피해가 커졌다”고 질타했다.

이에 김두관 행자부 장관은 “부산은 시청과 경찰청 등이 유기적으로 협조했는데 다른 지역은 상대적으로 협조가 미비한 것 같다”며 “이는 시스템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답변했다. 김화중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재민 지원을 위해 언론 및 자동응답시스템(ARS) 모금 등을 통해 수재의연금 500억원을 모금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고진부(高珍富) 의원은 “태풍 ‘매미’가 지나간 일본은 별 피해가 없었다는데 이번 기회에 특별재해지역을 전국 일원으로 확대해 재해 방재 시스템에 대한 국가 차원의 점검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회의에서는 행자부가 전날(14일) 밤 기준의 피해 상황 자료를 낸 데 대해 한나라당 의원들과 김두관 장관 사이에 가시 돋친 설전이 오갔다.

한나라당 권태망(權泰望) 의원 등이 “주무 장관이 피해 상황을 제대로 알아야 할 것 아니냐. 15일 기준으로 피해 상황을 보고하라”고 요구하자 김 장관은 “왜 사소한 것을 갖고 그러느냐”고 즉시 반박했다. 이에 이원형 의원이 “행자부 장관이 정치적 발언이나 하고 다니니까 (재해 대책이) 이 모양 아니냐”고 공격하자, 김 장관은 “그런 말은 인신공격”이라고 맞받아쳤다.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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