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담 첫날 안팎]北-美대표 한때 목청높이며 격론

  • 입력 2003년 8월 27일 18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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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중국 베이징(北京)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열린 6자회담 첫날 전체회의는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오전 오후로 나뉘어 진행됐다.

○…이날 회담은 오전 9시(현지시간) 댜오위타이 17호관 팡페이위안(芳菲苑) 회담장에서 중국 수석대표인 왕이(王毅) 외교부 부부장의 인사말로 시작됐다.

왕 부부장은 “중국과 미국 남북한 일본 러시아 6개국이 이번에 회담을 하게 된 것을 주최국 대표로서 열렬히 환영한다”며 “회담 성공을 위해 공동노력하자”고 말했다.

각국 수석대표의 인사말은 중국에 이어 북한→일본→한국→러시아→미국 순서로 오전 10시10분까지 진행됐다. 이어 각국 대표들은 20분간의 휴식시간을 가진 뒤 인사말을 한 역순에 따라 미국부터 기조발언에 나섰다.

○…회담은 각국 대표단의 발언이 한 문장 끝날 때마다 이를 통역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오전회의가 오후 1시30분에 종료된 뒤 각국 대표들은 댜오위타이에서 오찬을 했다. 이어 오후 3시부터 중국 대표가 마지막 기조발언에 나섰다.

신봉길(申鳳吉) 외교통상부 대변인은 오전회의가 끝난 뒤 “(각국 수석대표의) 기조발언이 전반적으로 차분하고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순조롭게 진행됐다”며 “(발언 내용이) 당초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고 전했다.

○…국제 언론의 취재 열기도 뜨거웠다. 회담 시작 1시간 전인 오전 8시 6개국의 풀기자단 18명과 회담 참여국이 아닌 영국의 로이터, 프랑스의 AFP통신 기자 등 총 23명의 기자들이 중국측의 삼엄한 통제 속에 댜오위타이 경내에 입장했다.

중국 보안당국은 이들의 카메라 장비 등을 일일이 검색하고, 각국 대사관 직원들에 대해서도 출입증을 일일이 확인한 뒤 출입을 허가하는 등 회담장 주변에서 철저한 경계를 폈다.

27일 중국 베이징(北京)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열린 6자회담 첫날 전체회의에선 북한과 미국이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하며 팽팽히 맞선 가운데 회담을 원만히 진행하려는 중국의 노력이 돋보였다.

○…각국 수석대표들은 오전 8시20분경 회담장에 입장을 시작했다.

이에 앞서 왕이 수석대표와 김영일 북한 수석대표가 휴게실 앞에서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 이수혁(李秀赫) 한국 수석대표가 합류하자 왕 수석대표가 슬쩍 자리를 피해줘 남북간 접촉이 약 5분간 이뤄지기도 했다. 남북 대표들은 “이번 회담을 잘 해보자”, “여부가 있느냐”며 덕담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6개국 수석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여 20분간 환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선 한국 미국 일본 러시아와 북한 중국이 각각 따로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이날 오후 4시경(현지시간) 댜오위타이 17호관 팡페이위안(芳菲苑) 회담장에서는 북-미 양측 수석대표를 비롯한 대표들이 자연스럽게 만나는 자리가 형성됐다.

중국측의 회담 좌석 배치에 따라 나란히 앉게 된 양측은 공식 회담 테이블 뒤쪽에 마련된 간이 테이블과 소파에서 양측의 ‘본심’을 탐색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그러나 양측이 기존 입장을 고수하며 서로 상대의 태도 전환을 주장하는 바람에 양측 관계자들은 때로 목소리를 높이며 격론을 벌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한 외교소식통은 “(북-미 양자 접촉에서) 북한측은 더 이상 할 얘기가 없다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으나 다른 참여국의 중재로 28일 양자 접촉을 계속한다는 선에서 이날 접촉을 마무리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번 회담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이던 북-미 접촉이 성사된 배경에는 중국측의 보이지 않는 노력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미국과 북한이 자주 접촉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기 위해 북-미가 나란히 앉도록 회담장 좌석을 배치했다.

특히 중국측은 육각형 모양으로 배열된 각 대표단 테이블 뒤쪽의 회담장 모서리 네 곳에 간이 테이블을 설치하는 세심한 배려를 통해 휴식 시간마다 양국 대표단이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켈리 미 수석대표와 김 북한 수석대표는 이날 저녁 만찬에서도 옆 자리에 나란히 앉았고, 각각 통역을 뒤에 배치한 상태에서 1시간쯤 이야기를 나눴다.

베이징=황유성특파원 yshwang@donga.com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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