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U대회 불참 으름장]南보수층 겨냥 생떼쓰나

  • 입력 2003년 8월 26일 18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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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유니버시아드 북한 선수단 전극만 총단장(가운데)이 26일 오후 기자회견을 위해 대구 프레스센터회견장을 들어서고 있다. 전 총단장은 회견에서 또다시 남한의 일부 우익단체를 비난했다. -안철민기자
대구 유니버시아드 북한 선수단 전극만 총단장(가운데)이 26일 오후 기자회견을 위해 대구 프레스센터회견장을 들어서고 있다. 전 총단장은 회견에서 또다시 남한의 일부 우익단체를 비난했다. -안철민기자
세계 젊은이들의 축제 마당인 유니버시아드가 북한 선수단의 거듭되는 항변과 철수 발언으로 얼룩지고 있다.

북한 선수단의 전극만 총단장은 26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24일 보수단체 회원들과 북한 기자들의 충돌 사태에 대해 남측 당국의 공식 사죄와 주동자 처벌, 신변 안전 보장, 그리고 재발 방지를 요구했으나 남측은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고 있다”며 “이것이 실현되지 않으면 선수단과 응원단이 더는 대회에 참가하기 어렵다”고 발표했다.

전 총단장은 이날 오후 A4용지 2장 분량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대학생체육협회 대표단 단장의 발언문’을 4분여 동안 읽고 서둘러 자리를 떴다. 북한 선수단의 성명서 발표는 보수단체 회원들과 북한 기자의 충돌 이후 발표한 성명에 이어 두 번째.

첫 번째 성명서 발표 이후 유니버시아드 조직위원장인 조해녕 대구시장은 유감의 뜻을 전달하고 사태의 재발 방지를 약속했었다.

이날 전 총단장은 신변 안전 보장이 안 되고 있는 사례로 △불순분자의 북한 응원단 숙소 침입 △훈련 중인 북한 마라톤 선수들에 대한 우익단체의 시위 등 두 가지를 들었다. 그러나 이는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는 게 관계자들의 견해.

북한 응원단 숙소 경비를 담당하고 있는 경북도경 관계자에 따르면 숙소인 대구은행 연수원 주변은 외부인 침입을 막기 위해 2m 이상의 철책으로 둘러싸여 있고 초소를 3군데 두는 등 물샐 틈 없는 경비를 펼치고 있어 외부인의 출입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

유창섭 대구은행 연수원장은 “외곽은 경찰이 철통 경계를 하고 응원단이 자는 방에는 함부로 들어갈 수 없는 상태인데 어떻게 외부인이 침실에 들어가 물건을 뒤지고 낙서를 했다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북한측이 화투 3, 4장이 나왔다고 주장한 것은 전에 연수원을 이용했던 사람들이 두고 간 것으로, 청소하면서 미처 발견하지 못한 것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

또 대구월드컵경기장 보조구장에서 훈련 중인 북한 마라톤 선수들을 향해 우익단체가 방송차까지 동원해 시위를 벌였다는 주장은 반공 문구가 적힌 트럭을 타고 전국을 순회 중인 광주 모 교회 신도 3명이 마침 근처를 지나다 잠시 북한 관계자들과 언쟁을 나눈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확성기로 ‘북한 공산당은 반드시 무력 남침한다. 하나님의 역사로 멸공북진 통일된다’는 등의 내용을 방송했다는 것.

이런 상황에서 북한 선수단이 내외신 기자들을 상대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다시 한번 철수 의사를 밝힌 것은 북한 기자들과의 충돌 이후 국내 보수단체들의 움직임이 거세지는 데 대한 경고성 발언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직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이제 대회가 다 끝나 가는데 북한 선수단이 철수할 때가 지나지 않았는가. 보수단체들의 움직임에 대해 북한측이 더 이상 자신들을 자극하지 말라고 경고하는 수준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특별취재반

권순일기자 stt7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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