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교환실이나 서울경찰청 112신고센터 근무자들은 “나 김○○인데…”로 시작되는 김씨의 전화가 오면 잔뜩 긴장하기 일쑤였다.
주로 늦은 밤에서 새벽 사이에 걸려오는 김씨의 전화는 “민족의 반역자, ○○○” 등 전현직 대통령을 욕하거나 “청와대를 폭파시키겠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듣다못해 근무자들이 전화를 끊으면 20∼30통씩 계속 걸어대고 “가족을 몰살시키겠다”며 협박을 일삼아 함부로 전화를 끊지도 못할 지경이었다. 결국 참다못한 이들 기관의 직원들이 경찰에 신고하기에 이르렀다.
경찰이 김씨의 집 전화와 휴대전화 통화명세를 조사한 결과 김씨는 최근 2개월여 동안 1300여회 통화한 것으로 확인됐으며 2001년부터 매주 3, 4일씩 모두 1만6000여통의 전화를 건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들 기관의 직원들 사이에서 이미 ‘유명인사’가 된 김씨는 1989년부터 경찰관으로 근무하다 1994년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파면되자 불만을 품고 이 같은 짓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김씨가 심할 경우 한 장소에서 청와대 등에 70여통의 전화를 한 적도 있으며, 동네 파출소에 찾아가 경찰 내부회선(경비전화)을 이용해 전화한 적도 있다고 밝혔다.
70년대 군복무 당시 허리를 다쳐 보훈대상자로 선정된 김씨는 일반전화 요금을 면제받았기 때문에 이처럼 많은 통화가 가능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그러나 김씨는 경찰에 붙잡힌 후에도 녹음된 목소리가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부인하는 등 혐의내용을 모두 부인하고 있다고 경찰은 전했다.
김선우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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