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고착화하는 어떤 협상도 단호히 반대"

  • 입력 2003년 8월 26일 15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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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계와 정계 학계 시민단체 등 각계의 원로 130여명은 6자회담 개막을 하루 앞두고 미국과 중국 일본 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 4대 강국이 이번 협상에서 자국의 이해관계를 앞세우지 말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강원용(姜元龍) 평화포럼 이사장과 김정례(金正禮) 여성정치연맹 명예총재, 서영훈(徐英勳) 대한적십자사 총재 등은 26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6자회담에 즈음한 우리의 제언'을 발표했다.

김철(金哲) 천도교 교령이 낭독한 성명에서 이들은 "미 일 중 러 등 4개국은 지난 한 세기 동안 우리 민족의 의사와 관계없이 한반도의 운명을 결정해 왔으며 우리 민족을 식민지 지배와 분단의 비극으로 몰아넣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세계 유일의 냉전체제로 남아있는 한반도의 비극에 대해 4개국은 엄중한 역사적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며 "한반도에서 고난과 분단의 20세기 질서를 종식시키고 평화·통일과 번영의 21세기 질서를 세우기 위해 진지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또 "어떤 이유로든 한반도 분단의 고정화나 영구 분단으로 이어지는 어떤 협상도 단호히 거부한다"며 "6자회담의 과정과 결과가 한민족의 평화와 통일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들은 "북한의 핵무기 개발과 미국의 한반도 핵무기 배치, 사용은 결코 이뤄져서는 안 된다"며 "북한은 핵무기 개발계획의 포기를 확실한 방법으로 보여줘야 하며 미국은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 해제와 불가침약속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밖에 이들은 "우리 민족은 7·4 남북공동성명과 6·15 공동선언 등 자주적인 평화와 통일 달성을 위해 남북이 지금까지 기울여온 모든 노력을 존중하고 되살려갈 것"이라며 "그동안 남북 사이에 합의되고 발표된 노력이 6자회담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고 요청했다.

기자회견 뒤 강 이사장은 "이번 성명의 내용은 진보와 보수, 남한과 북한을 막론하고 모두가 동의하도록 작성했다"며 "특정 정파의 주장이 아니라 우리 민족 전체의 요구라고 생각해주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를 준비한 평화포럼은 이 성명을 남북한 정부 및 4개국 대사관에 보내는 한편 외신기자들과 전세계의 시민단체들에게도 우송하기로 했다.

이진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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