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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8월 19일 18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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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우선 문제의 150억원이 현대건설에서 조성된 뒤 이익치(李益治) 전 현대증권 회장을 통해 무기중개상 김영완(金榮浣·해외체류 중)씨 수중에 양도성예금증서(CD)로 넘어가고 김씨가 갖고 있던 현금이 박 전 장관에게 전달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김씨는 최근 변호인을 통해 대검에 이 같은 취지가 담긴 자료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정황으로 볼 때 “이익치씨가 현대측에서 받은 돈을 나에게 전달하지 않고 ‘배달 사고’를 냈다”는 박 전 장관의 주장이 신빙성이 없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김씨는 대검에 제출한 자료에서 “150억원이 1억원권 CD 150장으로 바뀌어 이씨를 통해 나에게 전달됐으며 나는 2000년 4월경 CD를 현금으로 교환해 박 전 장관에게 전달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박 전 장관 소환에 앞서 고 정몽헌(鄭夢憲)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 등 핵심 관련자뿐만 아니라 돈 배달에 동원됐던 김씨 부하 직원과 운전사 등의 진술을 토대로 박씨의 뇌물수수 혐의를 입증할 자료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장관이 심경 변화를 일으켰다는 관측도 있다. 박 전 장관은 최근 평소 알고 지내던 지인들이 잇따라 검찰에 소환되고 정 회장의 사망까지 겹치자 150억원 수수와 관련해 다소의 심경 변화를 보이고 있다고 검찰 관계자는 전했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혐의를 완강하게 부인하던 박 전 장관이 검찰 소환 조사에서 현대비자금 150억원에 대해 일부 시인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검찰은 박 전 장관의 뇌물수수 혐의와는 별도로 150억원의 행방도 쫓고 있어 사건의 파장은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검찰은 박 전 장관에게 현대비자금이 전달된 시점을 2000년 4월 총선 이전으로 보고 있으며 박 전 장관이 받은 돈의 일부가 정치권으로 유입된 단서도 확보한 것으로 관측된다 따라서 검찰이 박 전 장관의 뇌물수수 혐의를 확인한 이후 박 전 장관에게서 돈을 받은 정치인에 대한 조사가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박지원 리스트’가 나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검찰이 150억원의 사용처 추적을 통해 과거 정권 실세들의 비리도 밝혀낼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황진영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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