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벌써 총선 戰雲]“부산서 盧風점화” “盧風은 허풍될것”

  • 입력 2003년 8월 17일 18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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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4월에 치러질 부산지역 총선에 전운(戰雲)이 감돌고 있다.

17대 총선은 7개월여 남았지만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핵심 참모들이 “부산에서 노풍(盧風)을 점화하겠다”며 속속 ‘청와대발 부산행 열차’에 몸을 싣고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지난해 대선 때처럼 총선에서도 노풍은 ‘허풍(虛風)’이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부산이 내년 총선의 최대 격전지가 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부산 총선 구도는 ‘친노(親盧) 대 한나라당’=부산경남(PK) 지역의 친노 세력이 최근 ‘민주당 탈당 방침’을 밝힌 데 이어, ‘부산 출마’를 선언한 이해성(李海成)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과 최도술(崔導術) 총무비서관도 당분간 무당적(無黨籍)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내년 총선을 ‘민주당 대 한나라당’ 구도가 아닌 ‘친노 대 반노’ 싸움으로 치르겠다는 정치적 의도를 드러낸 셈.

이 수석은 자신의 출생지인 중·동구에 출마할 가능성이 크지만, 부산지역의 친노 그룹에선 이 수석에게 진구갑의 김병호(金秉浩) 의원에게 도전장을 낼 것을 권유하고 있다. MBC 베이징(北京) 특파원 출신의 이 수석과 KBS 보도국장 출신인 김 의원간의 맞대결이 흥행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이 수석이 진구갑을 선택할 경우, 중·동구엔 김정길(金正吉) 전 행정자치부 장관이 나설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장관이 2000년 총선 때 출마했던 영도구에선 부산 정치개혁추진위원회 종합민원실장인 유정동 변호사가 몇 년 전부터 ‘표밭갈이’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재호(朴在昊) 대통령정무2비서관은 남구 김무성(金武星) 의원과 맞붙을 각오. 두 사람은 김영삼(金泳三) 정부 때 청와대에서 함께 근무한 인연이 있다.

부산 친노세력이 ‘부산 출마’를 강력히 희망하는 대표적 인물은 통합연대의 김영춘(金榮春) 의원이다. 부산 정개추의 한 핵심 관계자는 “김 의원이 고향인 진구을에 출마한다면, 부산 총선의 구도가 ‘친노 대 반노’를 넘어 ‘국민통합 세력 대 지역주의 세력’으로 승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거물급 예비군과 노심(盧心) 논란=연말이나 내년 초 청와대나 내각의 거물 인사가 부산 출마 대열에 합류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경남고 출신인 박봉흠(朴奉欽) 기획예산처장관, 동아대 교수 출신인 허성관(許成寬) 해양수산부장관, 부산일보 편집국장 출신인 조영동(趙永東) 국정홍보처장, 노 대통령의 복심(腹心)인 문재인(文在寅) 민정수석비서관이 ‘빅4’로 꼽힌다.

이 중 ‘문재인 대 정형근(鄭亨根) 의원’의 ‘빅게임’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문 수석은 “청와대에 끝까지 남겠다”고 말했고, 노 대통령도 “문 수석은 내 곁에 있으라”고 화답한 상태. 여권의 한 핵심관계자는 친노 그룹의 ‘부산 출마 러시’에 “노 대통령이 직접 지시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이심전심이 작동한 것은 자명하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벌써부터 “이런 흐름의 마지막 수순은 노 대통령의 민주당 탈당일 것”이라는 관측마저 나온다.

▽한나라당, ‘겉은 담담, 속은 긴장’=당 시지부위원장인 권철현(權哲賢)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 홍보수석과 최도술 총무비서관은 지역에서 거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라며 “부산 시민들은 우리를 믿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노 대통령의 지지도가 텃밭인 부산에서도 급락하는 분위기가 한나라당으로선 ‘호재(好材)’로 작용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8·15광복절 특별사면으로 총선 출마가 가능해진 김정길 전 장관의 출마설이 나도는 영도의 김형오(金炯旿) 의원은 “노 대통령의 지지도 추락으로 노풍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불안한 기색도 없지 않다. 부산 지역구 17석을 석권한 한나라당에 대한 견제심리가 오히려 노풍을 재점화하는 불씨가 될 수도 있기 때문. 권철현 의원은 “부산 시민들이 ‘한나라당도 얼굴 좀 바꾸라’는 말을 많이 한다”며 ‘물갈이의 필요성’을 시사했다.

내년 총선 부산지역의 한나라당과 친노 세력간 예상 대진표
지역구한나라당 현역 의원친노 세력 출마 예상자
중-동구정의화 이해성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
영도구김형오김정길 전 행정자치부장관유정동 변호사(부산정치개혁추진위 종합민원실장)
남구김무성박재호 대통령정무2비서관
북-강서을허태열최도술 대통령총무비서관
사하을박종웅이태일 전 동아대 총장(부산정개추 고문)
해운대-기장갑서병수최인호 민주당 지구당위원장(부산정개추 대변인)
수영구유흥수허진호 부산변호사회 회장(부산정개추 정치개혁위원장)
사상구권철현정윤재 민주당 지구당위원장(부산정개추 정책위원장)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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