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권노갑 파문'으로 사실상 공황상태

  • 입력 2003년 8월 12일 13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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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측으로부터 거액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긴급 체포된 권노갑 민주당 전 고문의 현대 비자금 총선유입 의혹이 점차 사실로 드러나면서 민주당은 12일 예정된 당직자회의조차 열지 못한 채 사실상 '공황 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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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11일 밤 신당 관련 전당대회를 위한 조정대화기구 2차 모임을 가졌으나 회의도중 권 전 고문 체포 소식이 전해지자 "회의는 무슨 회의냐"며 사실상 파장한 뒤 이날에도 회의를 재개하지 못하고 있다.

당직자들은 삼삼오오 모여 "무당을 불러 굿이라도 한판 벌여야 하는 것 아니냐"며 당의 장래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문석호 대변인은 이 사건이 신당추진의 동력이 되지 않겠느냐는 일부 관측에 대해 "신-구주류간 갈등을 더욱 부추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비주류는 주류측에 대해 '신당 길터주기 음모'로 의심하고, 주류는 비주류의 '물귀신작전'으로 몰아붙여 모처럼 조성된 신당 관련 전대와 대화 무드가 깨질 판"이라고 말했다.

이낙연 대표비서실장은 "이런 분위기에선 막후접촉을 통한 대타협은 사실상 힘들게 됐다"며 "어차피 전당대회로 가야 하는데 이런 상황에서 전대를 치를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신당파들은 '권노갑 파문'이 신당 추진 세력에 탄력을 제공할 것이란 일반적 예상과는 달리 민주당의 도덕성에 타격을 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신당파 핵심인 천정배 의원 등은 "민주당 지지자에겐 '권노갑=민주당'이라는 등식이 통한다"며 "'권노갑 파문'을 내세워 신당을 강행하면 당내 역풍이 더욱 몰아칠 것"이라고 걱정했다.

한편 중도파들도 "당이 어려울수록 '당을 버리자, 바꾸자'하는 얘기는 더욱 하기 어려운 법"이라며 "전당대회를 단일안으로 치루거나, 아니면 그 전에 합의해 '리모델링 수준의 변화'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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