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신당논의 100여일]중진들 기상도

  • 입력 2003년 8월 10일 18시 53분


4월 말 이후 본격화된 민주당 내 신당 논의가 100여일간 부침을 반복하면서 당내 각 세력을 대표해 온 중진들의 정치적 기상도도 흐렸다 갰다를 거듭하고 있다.

▽정대철(鄭大哲), ‘흐린 뒤 일단 갬’=정대철 대표는 신당 논의 초기 소장 강경파들에게 주도권을 빼앗긴 데다 7월 초부터 굿모닝시티 금품수수 사건까지 겹치면서 궁지에 몰리는 형국이 됐다. 그러나 당내 상황에 국한해서 보면 최근 분열 반대론이 고조되면서 시종 ‘분당 반대’를 역설해온 그의 입장이 강화된 측면도 있다. 개혁 소장파들은 당 안팎에서 ‘선도탈당’ 요구에 몰리고 있고 신당 추진 강행을 외쳐온 이상수(李相洙) 사무총장도 사퇴 압박을 받고 있지만 그에 대해서는 비판이 일절 없다.

▽한화갑(韓和甲), ‘흐린 뒤 차차 갬’=2월 23일 당 대표직을 사퇴할 때만 해도 한화갑 전 대표의 시대는 끝난 듯했다. 그러나 역설적이지만 한 전 대표는 권력중심부에서 멀어지면서 오히려 영향력이 커졌다는 평가다. 신당추진모임이 맹위를 떨치던 5월 25일, 그는 기자회견을 통해 ‘민주당 사수, 신당 불참’을 선언했고 이후 주류와 비주류측 모두에게서 ‘영입 대상 0순위’로 꼽히며 주가가 오히려 상승했다.

▽김원기(金元基), ‘쨍쨍했다가 안개 낌’=김원기 고문은 주류의 좌장격으로 ‘5·16 신당 워크숍’ 이후 신당추진모임 의장까지 맡아왔으나 최근 신당 여건의 악화로 고군분투하고 있다. 한 측근은 “신당에 관한 한 김 고문은 처음부터 특정세력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지만 새만금사업 중단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지지도 하락 등으로 인해 (노 대통령의 ‘정치고문’으로서) 짐이 무거워진 것이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박상천(朴相千), ‘비온 뒤 갬’=대선 때 ‘비(非) 노무현’ 태도를 보이다 한때 신당 강경파로부터 ‘역적 중의 역적’이라는 소리까지 들을 만큼 코너에 몰렸던 박상천 최고위원은 민주당 사수파의 구심역을 자임한 이래 일단 정치적 위상 회복의 발판을 마련했다. 특유의 달변으로 ‘당 사수’ 논리를 당원과 대의원 사이에 확산시키면서 최근에는 당의 진로에 대한 ‘키’를 쥐고 있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다.

▽정동영(鄭東泳), ‘햇살 후 구름’=정동영 고문은 천정배(千正培) 신기남(辛基南) 의원 등과 함께 신당 논의를 주도하면서 정치적 주가를 올렸으나 신당파 내에서 ‘비주류 끌어안기’가 절체절명의 과제로 등장하면서 어려운 상황을 맞았다. 당내에서는 그를 여전히 가장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 꼽는 이도 있으나 신당 추진에 비판적인 호남의 지역정서가 그의 운신폭을 제약하고 있다.

▽추미애(秋美愛), ‘안개 속 햇살’=추미애 의원은 주류 핵심 중 1명이면서도 4월 말 신당 논의가 본격화할 때는 ‘탈(脫)호남, 탈DJ 신당’에 강력 반대해 주류 내에서는 ‘내놓은’ 인물이 되다시피 했다. 하지만 노 대통령 및 신당 강경파와 대립각을 세워온 그의 행보가 최근에는 전화위복이 되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중도파의 한 중진은 “신당 논의에서 독자행보를 보여온 추 의원이야말로 차기 지도자감이라는 말도 있다”고 평가할 정도. 당내에선 영남 출신인 추 의원의 행보에 대해 “‘영남의 딸, 호남의 며느리’ 전략을 잘 구사하고 있다”는 긍정론과 “지역주의 타파라는 개혁색이 퇴색하고 있다”는 비판론이 엇갈리고 있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