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RD, 對北경제지원 추진

  • 입력 2003년 8월 6일 06시 40분


국제 금융기구인 세계은행(IBRD)이 북한을 경제적으로 지원하는 작업을 비공개리에 착수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북한이 핵 문제에 대한 6자회담을 수용한 가운데 국제사회가 핵 문제 해결 이후의 지원 프로그램을 미리 마련하고 있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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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한국의 북한 경제 전문가들에 따르면 IBRD는 올 3월 제임스 울펀슨 총재 직속으로 북한 지원 방안을 검토하는 비공개 특별전문위원회를 구성했다.

IBRD는 이 위원회의 연구보고서를 바탕으로 △농어촌 개발 △의료복지 시설 개선 △도로 철도 항만 등 사회간접자본(SOC) 건설 △공업 기반 구축 등 광범위한 개발사업에 적극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IBRD는 또 핵 문제 타결 이후 북한이 국제통화기금(IMF)과 IBRD에 가입하도록 해 북한에 합법적으로 저리의 차관을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위원회는 한국인 1명을 포함한 간부 3, 4명으로 구성됐으며 설립 이후 북한 경제현실에 대한 자료를 광범위하게 수집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한국인 위원은 6월 말부터 7월 중순까지 한국에 머물며 북한 경제에 정통한 한국인 전문가 7, 8명을 만나 자료를 수집했고 이 과정에서 위원회의 존재가 알려졌다.

이 위원과 접촉한 권태진(權泰進)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의 농업 현황과 앞으로의 개발 방안에 대해 조언했고 앞으로도 자료를 교환하는 등 공동연구를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남성욱(南成旭·북한학) 고려대 교수는 “위원회는 북-미 핵 갈등의 해결과 북한 내부 변화 등 여러 가능성을 놓고 조사를 진행 중”이라며 “핵 문제 해결 이후 북한을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으로 만들기 위해 포괄적인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위원회는 현재 한국 전문가들이 제공한 자료와 의견을 종합해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으며 9월경 조사 결과를 토대로 국제 세미나를 열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핵 문제 해결 뒤 IBRD에 가입하면 장기 저리의 국제개발협회(IDA) 차관을 사용하는 등 각종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옛 소련과 동구의 시장화에도 깊이 개입했던 IBRD는 IMF와 마찬가지로 미국 행정부의 강력한 영향력 아래 각종 활동을 수행한다.

그러나 이번 위원회 활동이 미국과 어떤 교감 속에 진행되고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고기정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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