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북, 鄭 회장 추모 진심이라면

동아일보 입력 2003-08-05 18:41수정 2009-10-10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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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의 죽음을 핑계삼아 또다시 금강산관광 중단 카드를 빼들었다. 남북간 합의에 따라 진행 중인 대규모 관광사업이 걸핏하면 북측의 일방적 결정으로 중단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금강산 관광은 98년 11월 시작된 이래 벌써 3차례나 북한에 의해 중단됐었다.

반복되는 관광 중단도 문제지만 ‘모든 대북사업의 강력 추진’을 부탁한 정 회장의 유지(遺志)에도 어긋나는 것이어서 이번 북한의 결정은 더욱 이해하기 어렵다. 북한이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를 비롯한 여러 단체를 동원해 고인의 업적을 기리면서 전달한 애도의 뜻이 진심이라면 관광 중단 방침을 철회하는 것이 옳다.

정 회장의 죽음을 ‘북남관계 발전을 달가워하지 않는 한나라당이 불법 비법으로 꾸며낸 특검의 칼에 의한 타살’이라고 규정한 북한의 주장 또한 용납할 수 없다. 대북 송금 특별검사팀의 수사는 국민적 의혹을 밝히기 위한 과정이었다. 비록 논란이 있기는 했지만 민주적 절차에 따라 구성돼 활동한 특검을 ‘살인도구’로 매도하는 것은 주권 모독이자 심각한 내정간섭이다.

그렇지 않아도 정 회장의 자살로 금강산관광은 추진력을 잃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의 ‘출혈사업’은 더 이상 어려울지도 모르는 형편이다. 정부는 사업 계속을 다짐하고 있지만 현대그룹 내에도 ‘뜨거운 감자’를 떠맡으려는 기업이 없다. 사업의 장래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에 이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국민의 자존심을 자극하는 북한의 언행은 남북경협에 걸림돌이 될 뿐이다. 위기에 직면한 남북 공동사업을 살리려면 북한 또한 응분의 노력을 해야 한다. 정 회장의 죽음을 우리 정부의 금강산관광에 대한 의지를 시험하기 위해 활용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게 한다면 경협의 미래는 어두워질 수밖에 없다. 북한은 금강산관광의 성공을 위해서는 남한 국민의 지지가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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