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송금 특검팀 수사관 "특검이 남긴 상처가 너무 깊다"

  • 입력 2003년 8월 5일 16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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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아산 정몽헌 회장의 자살과 관련, 여야의 책임공방이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대북송금 특검에 참여했던 한 수사관이 "특검이 정치적으로 이용됐으며, 현대 대북사업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만 확산시켰다"는 글을 발표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관심을 끌고 있다.

특검 기획팀에 소속됐던 김승교 변호사(34)는 한국민권연구소가 매월 두차례 발행하는 '정세동향' 최근호(14호·8월 1일자)에 '대북송금특검에 대한 평가, 그 본질과 문제점'이라는 글을 기고, "특검이 역사와 민족에 남긴 상처가 너무 깊고도 크며 그 속에 나 자신이 있었다는 점이 무엇보다 가슴 아프다"고 고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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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변호사는 "정부가 특검을 받아들인 것은 민주당내 동교동계에 정치적 타격을 가하고 영남지역 지지기반을 확대하기 위해서였지만, 특검이 진척될수록 오히려 동교동계의 단결은 강화되고 청와대와 민주당에 대한 지지율만 급격히 하락하자 수사기간 연장을 승인하지 않았다"며 특검이 정치적 고려에서 시행되고 중단됐음을 주장했다.

또 김 변호사는 특검의 대북송금 수사결과 발표와 관련, "언론은 대체로 특검팀이 대북송금을 정상회담의 대가로 결론 내린 것처럼 단정적으로 보도했다"면서 "그러나 특검의 발표문에 나타난 대로 송금이 정상회담과 연관성이 있다는 정도를 넘어 정상회담의 대가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소련, 중국, 헝가리등과의 수교 상황과 비교해볼때 이번 송금도 '정책적 차원의 대북 지원금' 정도로 보는 것이 무난하다는 것.

그는 특검의 결과 2차 남북정상회담이 어려워졌을뿐만 아니라 새로운 영호남간 지역갈등만 조장, 결과적으로 공보다 과가 크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편 김 변호사는 이 글에서 '특검이 시작된 배경에는 대북압살정책을 고수하는 미국, 남북관계를 냉전과 대결시대로 회귀시키려는 한나라당과 반통일수구세력이 있다"고 주장, 애초부터 대북송금 특검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추측케 한다.

☞ 김승교 변호사 글 전문보기

최건일 동아닷컴기자 gaegoo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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